ECB, 그리스 국채 담보 대출 중단‥메르켈·IMF도 반발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그리스 총리와 재무장관이 유럽을 순회하며 부채 상환 재협상을 요청중인 가운데 채권단과 독일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5일 그리스와 독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4일(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연이어 만나 구제금융 재협상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독일에서 연이어 악재가 불거졌다.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에게 일격을 날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집행이사회를 개최한 후 성명을 통해 그리스 은행들이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 것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간 구제금융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란 가정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ECB는 그리스 긴급구제를 위해 투자부적격 등급인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도 대출을 승인해왔다.
그런데 이번 결정의 시점이 묘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에서 회담한지 불과 몇 시간 후였다. ECB는 그리스 중앙은행이 ECB의 긴급자금지원은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그리스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하기 충분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그리스의 바램이 그들만의 희망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리스 채무조정에 대한 유로존 회원국들의 입장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부채탕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이날 발언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IMF는 성명을 통해 "구제금융 프로그램 내에서 부채를 다루는 합의된 틀이 있으며 이런 틀을 바꾸는 것에 대해 당사자들과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EU 부위원장도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그리스 금융지원의 근본적인 변경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 부채 감소는 절대 협상 의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리스 새 정부가 이번 주 유럽 각국을 돌며 구제금융 재협상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대가 본격화되며 그리스 위기가 다시 확산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ECB의 성명 발표 직후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고 금값이 상승했다.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서는 다우존스 지수가 장 막판 터진 ECB 악재로 인해 100포인트에 이르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전일 대비 0.07% 오른 1만7654에 마감했다.
마침 5일에는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회담한다. 두 사람의 회동에서 이 회담에서 구제금융 재협상이 그리스의 희망대로만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시장은 더욱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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