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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유로존 디플레 그림자…獨·日 국채금리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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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로존 채권 시장이 디플레이션의 그림자를 짙게 반영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 국채 금리보다 낮게 형성됐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0.345%,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0.366%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이는 독일 국채가 일본 국채보다 더 안전한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주면서 일본 정부보다 독일 정부에 더 낮은 이자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국채 금리가 일본 국채 금리보다 낮은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유로존이 밟고 있다는 징조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지면서 모든 자산 가격이 하락, 마땅히 투자할 자산이 없어지자 일본 내 투자금은 국채로만 쏠렸다. 그 결과 일본 국채는 오랫동안 주요 선진국 국채 중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해왔다. 지금 유로존도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지면서 유로존 내 가장 안전한 자산인 독일 국채로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런던의 한 은행가는 독일 국채 금리가 일본 금리보다 낮아졌다는 사실에 대해 쇼킹한 뉴스였다며 내 커리어 동안에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인 양적완화에 대해 투자자들이 비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이기도 하다. ECB가 양적완화를 통해 대규모 유동성을 풀기 시작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유로존이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국채에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CB는 풀린 유로가 투자와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되레 유로 자산의 가격 하락만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유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봤자 유로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모든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투자할 자산도 마땅치 않게 되자 적은 이자 수익이라도 챙길 수 있는 높은 등급의 채권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최근 유로존 국채의 27%가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의 2016년 만기 회사채 금리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ECB의 양적완화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일본중앙은행(BOJ)은 2013년 4월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했다.


당시 131조엔 수준이었던 BOJ의 본원통화량은 현재 280조엔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특히 소비세율 인상 효과분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이 0.5%까지 둔화돼 BOJ의 통화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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