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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하락은 경제에 왜 독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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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물가가 하락하면(디플레이션) 같은 돈으로도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다. 물건 값이 저렴해지면 어렵던 살림에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디플레이션이 좋은 것이라면 전 세계는 왜 떨어지는 물가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일까.


블룸버그통신은 ▲개인소비 위축 ▲기업투자 축소 및 이윤 감소 ▲노동시장 침체 ▲부채확대 ▲통화정책 약발 감소 등의 이유로 디플레이션이 경제에 해가 된다고 21일(현지시간) 설명했다.

계속 물건 가격이 내리는 국면이라면 소비자들은 지출을 미룬다. 내가 사고 싶은 물건 가격이 오늘보다 내일 더 저렴해진다면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특히 집이나 자동차와 같은 고가품 소비를 줄인다. 이것이 한두 사람에 그친다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집단적 소비 감소는 경제 성장에 치명타다.


기업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가격이 내리는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고 제품을 더 만들어내는 기업은 없다. 원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판매량과 마진이 줄면서 기업들의 실적도 타격을 입는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제품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이윤 감소는 고용 축소, 임금 삭감으로 이어진다. 월급봉투가 줄어들면 개인은 소비에 더 소극적이게 된다. 수요 감소가 추가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디플레 악순환(deflation spiral)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빚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다. 물건 가격은 내려가도 내가 진 부채는 여전하다. 반면 부채 상환 능력은 더 떨어진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부채를 청산하려는 개인과 기업은 자산·재고를 팔아치우려고 한다.


하지만 물가 하락으로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채무자들이 가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개인과 기업이 줄도산에 빠지면서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과거 대공황이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역시 이와 비슷하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현재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취하고 있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금리가 제로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과 유럽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이와 비슷하다. 미국·영국·일본 등이 시행했거나 하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은 전례가 없다. 어떤 경제주기에서 어떤 식으로 부작용이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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