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어제 새 원내 사령탑으로 '비박근혜(비박)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을 선택했다. 계파 간 경쟁이 치열했던 이번 경선에서 유 의원이 '친박근혜(친박)계'인 이주영 의원을 84대 65의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데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다. 기존의 수직적이었던 당청 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여당 의원들이 주류 친박계 대신 비주류 비박계를 선택한 데는 우선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어려울 거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락 추세인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당이 중심을 잡아 민심을 반영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 중단 등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갇혀 난맥상을 빚는 정부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 쇄신, 증세 없는 복지 정책기조 변경, 개헌 논의 허용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다분히 박근혜 대통령이나 주류인 친박계의 생각과 충돌하거나 상당한 거리가 있는 문제들이다. 경선 결과 새누리당은 공교롭게도 청와대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됐던 'K(김무성 대표)-Y(유승민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파열음을 내지 않으면서 합리적으로 조율해나가는 새로운 당정청 관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핵심 현안은 복지와 재정 문제다.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집권 여당의 당론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오죽하면 초선 의원들이 증세 문제를 논의하는 의원총회를 열자고 제안했을까. 새누리당으로선 더 이상 청와대만 바라보지 말고 민의를 제대로 정책에 반영하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청와대를 향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쓴소리도 하며 정책 이슈를 리드하는 책임있는 집권 여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청와대도 달라져야 한다. 국무회의를 미루면서 의원직을 갖고 있는 장관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등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경선에서 '박심'이 선택받지 못한 이유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 임박한 개각과 청와대 후속 개편에서 보다 과감한 인적쇄신이 절실하다.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대화함으로써 국민과 소통하고 국정을 혁신해야 20%대로 급락한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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