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달부터 수출이 감소세로 출발했다.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로 경기가 악화된 러시아와 중동 국가로의 수출, 이들 국가와 교역이 많은 대(對)유럽연합 수출이 함께 줄어든 결과다. 우려했던 저유가 후폭풍이 새해 벽두부터 현실화했다.
어제 발표된 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45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1월보다 0.4% 줄었다. 지난해 11월 감소(-2.4%)한 수출은 12월에 미국의 연말 소비시즌을 타고 반짝 상승(3.6%)하더니만 한 달 만에 다시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1월 3일간의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올해보다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출 감소 폭은 더 큰 셈이다. 실제로 하루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20억7000만달러에서 올해 19억3000만달러로 6.7% 감소했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1월 배럴당 104달러(두바이유 기준)에서 올 1월 45.8달러로 반 토막났는데도 석유류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에 미치는 타격만 커졌을 뿐 유가하락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수출 비중이 17.3%로 큰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단가 급락으로 수출물량이 늘었는데도 수출액은 감소했다.
걱정을 더하는 것은 저유가의 직접적 영향권 밖인 주력 수출품까지 감소세로 돌아선 점이다.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상장기업 중 최대 순이익을 낸 미국 애플과 샤오미 등 중국 업체와 경쟁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1.9% 감소했다. 이 밖에도 철강, 자동차, 평판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섬유 등의 수출이 한 자릿수 감소율로 활력을 잃었다.
유가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단가가 낮아지자 1월 수입(398억4300만달러) 감소 폭은 11%로 수출 감소 폭보다 훨씬 컸다. 그에 따른 무역흑자가 55억달러로 지난해 1월(8억달러)의 7배로 불어났지만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수출입의 동반 감소에 따른 무역흑자 확대는 불황형 흑자의 한 형태이자 원화강세를 고착화시켜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마당에 수출마저 꺾이면 정부의 올 경제성장 목표(3.8%) 달성은 어려워진다. 정부와 경제계가 심기일전할 때다. 정부는 규제혁파로 기업의 투자심리를 북돋고, 기업은 환율변동에 좌우되지 않는 혁신적인 제품경쟁력으로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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