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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淸思]'복지없는 증세' 수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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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이 있는 증세와 감당할 수 있는 복지 필요

[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낙제 가능성이 높다. F나 D학점이다. 출제 의도를 모르고 있다. 알면서 외면한다는 느낌이다. 정부와 청와대가 주말에 내놓은 국정수습방안에 대한 채점표다.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했다. 당정청 소통과 협력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국정난맥은 병이다. 진단이 옳아야 바른 처방이 나온다. 국정난맥은 '증세 없는 복지'에서 단 한 자도 고치지 않겠다는 '교조적 고집'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다. 소통부재와 대국민 홍보부족만 탓한다. 국정혼선이 아니라 난맥이다.

 교조적 고집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년 전 내린 진단이다. 유 의원은 2013년 3월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가 성공하려면 '한 자도 못 고친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면서 "교조적으로 고집할 게 아니라 여건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두고 한 말이다. 이를 인용해 '박근혜식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칼럼을 썼다. 침대 길이에 맞춰 키 작은 사람은 늘려서, 키 큰 사람은 잘라서 죽이는 아집을 부리다가 같은 방법으로 살해당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전철을 따르지 말란 내용이다.


 걱정은 사실이 됐다. '증세 없는 복지' 때문에 복지도 엉망이고 나라살림도 거덜난다. 증세가 없다면서 요리조리 돈 뜯을 궁리를 한다. 국민들은 '꼼수증세'에 분노한다. 돈이 없어 약속한 복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져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지경이다. 여당 의원들도 증세나 복지조정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얘기한다. 정부와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소통이 아닌 대결을 위한 전열정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건강을 위한다며 담뱃세를 올렸다. 형평성을 내세우며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을 털었다. 주민세를 올리려다 혼났다. 자동차세도 올리려고 궁리한다. 갖은 핑계로 서민 주머니를 턴다. 서민 부담을 덜어줄 건강보험료 부과 개선은 철회했다. 국민들은 힘없는 사람만 털어가는 '꼼수증세'라고 생각한다. 정부만 아니라고 고집한다.


 지난해 교수들의 4자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진나라 환관 조고는 권력을 잡고 2세 황제를 농락한다. 사슴(鹿)을 말(馬)이라 우기기까지 했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들은 증세라고 확신한다. 정부는 아니란다. 조고의 직책은 낭중령(郎中令)이었다. 대신들의 대궐 출입을 통제하는 문고리 권력이다. 진나라는 환관 조고로, 한나라는 10명의 환관인 십상시(十常侍) 때문에 망했다. 지록위마나 십상시가 사람들 입에 오르는 이유는 국민과 정권이 멀어졌기 때문이다.


 국정난맥을 수습하는 답은 나와 있다. 정책조정과 대국민홍보 강화는 아니다. 정책방향 수정에 있다. 형평성이 있는 증세와 감당할 수 있는 복지가 답이다.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독단적 리더십을 버려야 한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통해 사슴을 말이라 우겨 민심을 멀어지게 한 사람들을 정리해야 가능한 일이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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