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 "입찰참가제한 등 중복처벌 없애는게 합당"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담합을 하다 적발된 건설사에 공공공사에 대한 입찰참가제한이라는 '과도한' 중복 처벌을 없애고 과징금으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최근 공공공사 입찰담합의 주요 쟁점과 정책적 대응방향' 보고서를 내고 "입찰담합 행위는 경제적인 처벌의 대상인 점을 감안해 과징금으로 일원화하고 입찰참가제한 등 과도한 제재는 조속히 배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5년이 지난 담합에 대해서만 입찰참가제한을 적용치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것과 대조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연구위원은 법인 제재 일원화를 하는 대신 과징금 액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에는 담합을 하다 적발되면 해당 공사 계약금액의 10% 이하를 과징금으로 매기고 있는데, 선진국의 경우 연매출을 기준으로 한다. 김영덕 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등 해외 사례처럼 연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건설사들이 다시는 담합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올려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입찰담합에 대해 중복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현재 공공공사 입찰담합을 하다 적발되면 형법과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공정거래법,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임직원과 법인에 최대 6개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과징금ㆍ벌금은 기본이고 공공공사에 최대 2년간 입찰참가가 제한되며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의 신인도 점수도 깎인다.
김 연구위원은 "행정 제재인 입찰담합에 대한 시정조치,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록말소, PQ 신인도 감점 등이 함께 이뤄지는 것은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면서 "특히 건설업의 핵심 영업활동인 입찰참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라고 강조했다. 미국ㆍ영국ㆍ독일 등은 입찰참가제한 등과 같은 징벌적 행정제재는 발주자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또 대규모 공공공사 발주가 많았던 2009~2011년 담합 건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달에 1~2건씩 적발ㆍ처벌하면서 과징금, 손해배상 소송, 입찰참가제한 등이 잇따라 해외시장에서도 신인도에 흠집이 나고 있으니 이른바 '원샷 제재'를 하자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2000~2006년 관행적으로 이뤄진 가격 담합을 일괄적으로 조사해 119건의 담합을 적발,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밖에 건설업계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확산, 입찰제도 개선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공공사 입찰담합은 경제ㆍ사회적으로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중대 범죄 행위로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입찰담합 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근절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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