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北 정상회담 화답, 흡수통일 입장 분명히 해야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우리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와 북한 통일전선부 간의 회담 제안에 대해 북한이 답을 하지 않는 것은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관련 내용을 보고 당국 간 대화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을 우리 정부가 제의한 대화 테이블에 앉게 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신년사에서 제안한 최고위급 회담에 대한 답변을 하는 한편,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을 없애주고, 우리 체제의 우월감을 보여주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특히 대북 전단 살포나 한미 군사훈련도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 나와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소화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12일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정 수석 연구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올해 남북관계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세 가지를 조언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는 대남 경제적 열세와 국제적 고립 때문에 항상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므로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은 우선 한국정부의 통일정책이 북한을 흡수 통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협력의 확대를 통해 평화적으로 한민족을 통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이 남한의 대북 우월감에 대해 과민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우월감을 드러내는 표현은 자제하는 아량과 배려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향을 내비쳤으므로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보다 진전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이 올해 상반기 내에 또는 8·15 광복절 이전에 김 제1비서와 만나 시급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남북관계 현안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모색하고 싶다는 입장을 천명한다면 북한이 더 이상 당국 간 대화 재개를 기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정 수석연구위원은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화와 교류, 협력이라는 큰 틀 속에서 기존의 모든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인 상호체제를 존중한다고 발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양 교수 역시 전단살포 문제나 한미군사훈련 등은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남북이 서로의 입장을 주고받으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 만큼 '북한의 금강산 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수준의 발언을 한다면 북한도 그 의미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분위기를 만든다면 대화는 어렵지 않다고 본다"면서 "북한이 전제조건화하지 못하도록 남북회담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북한이 신년사에서 최고 존엄과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은 만큼 남측의 행동이 뒷받침하는 것을 보고 북한이 반응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 수석연구위원과 양 교수의 견해에 동조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보일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을 언급한 만큼 박 대통령은 구체적이지는 않고 추상적이더라도 화답해야 한다"면서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만들어 현재의 남북관계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 교수는 특히 "남한 체제의 우월감을 조성하거나 남북관계를 우리 중심, 우리 주도로 풀어간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문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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