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일본이 무기개발을 위해 협력국가를 늘리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에 이어 이번엔 프랑스와 무기를 포함한 방위장비품의 수출 및 공동개발과 관련한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7일 “일본과 프랑스는 오는 3월 도쿄에서 외무ㆍ국방 장관급 회담(2+2)을 열고 방산협력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혓다.
이번에 체결할 협정은 양국이 공동 개발하거나 상대국으로부터 수입한 장비와 그 기술을 엄격하게 관리해 분쟁 당사국으로의 유출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당초 목적과 다른 용도에 사용할 경우 상대국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프랑스는 무인 잠수기, 방사능에 오염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로봇 등을 공동개발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 협정을 통해 일본은 외국과의 방위장비 공동 개발 및 수출에 탄력을 붙인다는 구상이다. 최전방 공격수를 자청한 아베총리는 지난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수중 경계 감시에 사용되는 무인잠수기 등 방산품의 공동개발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4월에는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서 잠수함 관련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했다. 여기에 전차 공동개발을 목표로 독일과 당국간 협의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미쓰비시전기는 영국 방산회사 MBDA와 공대공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는 장치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IHI도 미국, 유럽의 군수품 제조회사와 미사일 관련 장치 개발 협의에 착수했다. 여기에 스미토모정밀공업과 KYB 등도 전투기 착륙시의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 생산을 놓고 미국 록히드마틴과 협의를 시작했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4월 무기와 관련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무기수출 3원칙'을 전면 개정,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새로 수립함으로써 무기수출 및 공동개발의 길을 열었다. 무기장비와 군사기술 수출을 대폭 완화해 무기수출시장까지 점령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를 두고 군사전문가들은 일본의 방산업계가 그동안 감춰왔던 발톱을 드러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눈여겨 봐야할 일본의 방산기업중 하나는 미쓰비시중공업이다. 이 회사는 2차 대전 때 활약한 전함 '야마토'와 전투기 '제로센'은 물론 일본 육상자위대 주력 전차인 '10식 전차'도 만들어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지난해 방산부문 매출은 3165억엔이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 측면에서도 외국과의 방위산업 협력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해외의 무기 판매처를 확보하고 국제적인 무기 공동개발에 동참하면 무기 양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적은 비용으로 필요한 무기체계를 갖출 수 있다.
또 외국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일본의 독자적인 무기 개발 역량이 상승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국제공동개발 등을 통해 센카쿠열도 유사시에 대비한 수륙양용기능, 동중국해 경계 및 감시를 위한 레이더, 무인정찰기 등 일본이 보강해야 할 분야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본격적으로 방산수출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면 지상과 해상분야 무기시장에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며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을 위해서는 대비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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