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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善,美,義에는 왜 양(羊)이 들어있나(250)

시계아이콘01분 28초 소요

올해 시무식에서 대표가 선과 미와 의에 공통적으로 양이 들어있음을 상기시키며, 이것이 우리가 올해 염두에 둬야할 가치가 아니겠느냐는 말씀을 했다. 궁금증이 일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낱말의습격]善,美,義에는 왜 양(羊)이 들어있나(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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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할 선(善)자의 옛 상형을 찾아보면 중간에 양(羊)이 있고, 양쪽에 두 사람의 말(言)이 있다. 또 어떤 것에는 아예 양의 뿔과 눈만 표현된 착할 선자도 있다. 왜 이렇게 쓴 것일까. 옛날 사람들은 양을 신성한 동물로 여겨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눈을 가졌다고 믿었다. 옳지 않은 이는 양의 뿔로 들이받아 죽여버린다고 생각했다. 말씀 언 사이에 있는 양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시비를 가리고 있는 모습이며, 양의 눈만 표현한 것은 그 번득이는 눈이 눈동자 위에 있는 선처럼 곧음을 찾아내는 모습이다. 즉, 착하다는 개념은 요즘의 양순하고 어질다는 뜻이 아니라, 옳은 것을 바로 찾아내는 일을 가리켰다. 옳지 않은 착함은 착함이 아니라는 것이 그 속에 들어있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게 좋은 거지뭐'하는 타협을 불허하는 말이다.


[낱말의습격]善,美,義에는 왜 양(羊)이 들어있나(250)

옳을 의(義)자의 형상은, 양이 서있고, 포크같이 세 날로 된 뭔가가 그 눈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포크같이 생긴 것은 삼지창이다. 이 삼지창이 지금은 나 아(我)자로 변형되었다. '내'가 왜 삼지창인가. 혹독한 전쟁의 시대에 아군과 적군을 가리는 것은 중요했다. 내 안에 첩자로 끼어든 자를 가려내어 죽이는 일이 바로 저 삼지창이다. 아군인 것처럼 꾸미고 있는 가짜를 처벌하는 무기 자체를 '나'의 글자로 삼은 것은, 나의 안위와 정체성이 그토록 절실하고 다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의(義)에서 옳고 그름에 눈밝은 양이 삼지창을 들고 있는 까닭은, 옳지 않은 것을 처단하기 위해서이다. 이를테면 정의의 신을 표현했다고도 할 수 있다. 옳은 것을 위해선 목숨도 버린다는 취의사생(取義捨生)의 삼엄함이 저 글자에 표현되어 있다.혹은 저 의(義)자는 삼지창을 단속하기 위해 양가죽 머리를 장식으로 붙였다는 의미도 된다. 그 또한 삼지창이 구현하는 정의의 위대함을 표현하는 고대식 메타포일 것이다.


[낱말의습격]善,美,義에는 왜 양(羊)이 들어있나(250)


아름다울 미(美)자는 양(羊)이 크다(大)는 의미가 된다. 크고 살찐 양이 고대인들에게는 무척이나 흡족하고 아름다웠으리라. 하지만 이것을 양가죽을 덮어쓴 사람(大, 이 글자는 사람을 정면으로 바라본 모습이며, 인(人)은 사람을 측면으로 바라본 모습이다)으로 보기도 한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야생 양을 사냥하기 위해, 양가죽을 덮어쓰고 나갔는데, 나중엔 그게 장식이 되고 축제의 코스프레가 되었다. 그들에겐 이렇게 춤추는 사람이 참으로 아름답게 여겨졌던 모양이다. 여하튼 양은, 옳음의 관철과 가치관의 삼엄함, 그리고 풍요의 흥겨움을 대표하는, 지혜롭고 아름다운 동물이었다.


[낱말의습격]善,美,義에는 왜 양(羊)이 들어있나(250)


한편, 곧을 직(直)자는 양의 눈을 그려놓고, 똑바로 바라보는 일이 곧음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문자이다.


우리는 착한 양이나, 양들의 침묵이나, 망양지탄, 구절양장에는 익숙하지만, 양에 관한 고대적 사유에 대해선 관심을 덜 기울이지 않았나 싶다. 청양의 해에, 이 멋진 '선-미-의-직' 리더십(leader-sheep)을 마음에 새겨보는 건 어떨까.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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