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감사원이 2일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개발 계열사 매수와 관련해 강영원 당시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강 전 사장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민사상 책임까지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날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의 공공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결과를 통해 이같은 조치사항을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 전 석유공사 사장은 2009년 인수합병(M&A) 실적부진 만회를 위해 충분한 검토도 없이 무리하게 매수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하베스트와 계열사의 경영사정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었다. 영업실적이 나빠지고, 주식가격 역시 하락세를 보이며 애널리스트 등도 정유부문 부채과다, 정제마진 부진 등을 이유로 매수금지(Don't Buy) 의견을 내는 등 부진한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은 50일여일간의 하베스트 인수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수가 무산되자 부실한 자산임을 알면서도 정유부문 계열사를 매수를 결정했다.
더욱이 하베스트사의 정유부문 역시 비싸게 샀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문사는 하베스트의 주가를 주당 9.61달러(총 39억9800만달러)로 평가했으며, 시장에서는 이보다 낮은 주당 7.3달러에 거래됐지만 석유공사는 주당 10달러(40억6500만달러)에 매수한 것이다. 감사원은 자문사의 가격이 과대평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공개한 경제성 재검토 내용에 따르면 하베스트 정유부문은 9억4100만달러 수준으로 실제 구매액 12억2000만달러(1조3700억원)최에 비해 소한 2억7900만달러 만큼을 고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강 전 사장은 계약 체결 후 이사회 승인까지 인수의 적정성을 따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강 전 사장은 이사회에서 정유부문 사업의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지인의 검증되지 않은 개인 의견을 마치 민간 전문가의 별도 검토가 있었던 것처럼 설명하는 등 허위 답변을 했다고 감사원은 소개했다.
그 결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자산가치보다 3133억원 고가로 매입하는 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하베스트의 경영상정은 더 악화되어 정유부문 계열사는 지난해 8월 미국 투자은행에 인수됐는데 실제 회수액은 329억원에 그쳐 매수당시 투입한 1조3700억원 가운데 1조3371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강 전 사장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손실보전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아울러 검찰에 강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고발 조치했다.
이날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이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장관(현 경제부총리)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한 부분과 관련해 최 부총리측으로부터 설명을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투자 결정은 공사에서 하는 신고사안"이라며 "최 전 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이 있다면 이전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을텐데 국감 때 나온 것 때문에 확인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해외자원개발사업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성과평가와 함께 앞으로 사업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 감사를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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