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이 4년만에 수도권까지 번졌고, 조류인플루엔자(AI)도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인구이동이 늘어나는 연말연시로 인해 방역 작업도 어려워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이천과 경북 영천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인됐다. 최악의 구제역으로 145일간 지속됐던 지난 2010~2011년 이후 4년만에 수도권에서 구제역이 발생됐다.
농식품부는 구제역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천과 영천 구제역 발생 농장 반경 3km 이내 농장에서 소·돼지 이동을 제한했다. 10km 내에 방역대를 설치하고, 거점소독시설과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해 차량통제와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충북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방역 당국의 초기 긴급방역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발생 한달이 지난 현재 충북 증평과 청주, 음성에 이어 충남 천안으로 확대됐고 수도권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되면서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살처분 피해도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3일부터 지난 29일까지 24개 농장에서 돼지 2만2853마리를 살처분·매몰했다. 과거에 발생했던 구제역과 비교 수백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이번 겨울 발생한 구제역이 백신과 동일한 'O형 바이러스'라며 백신 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또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농가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살처분보상금을 감액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올들어 백신 미접종으로 과태료를 받은 농가는 461개에 달할 정도로 현장에서 움직임은 미온적인 상황이다.
특히 인구이동이 늘어나는 연말연시에 접어들면서 방역 작업은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당국은 30일 이천에 인접한 경기 광주시를 포함한 충남·북과 경기, 강원, 경북 인접한 36개 시·군에 대해 긴급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조치를 실시하고, 충주 북부지역과 증평군 전체를 이동제한 지역으로 새롭게 추가 지정하는 등 추가 지시를 내렸다.
AI도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24일 전남 영암에서 재발생한 AI는 이달 들어 11일 경남 양산, 13일 전남 나주와 26일 성남 소재 모란시장에서 발생했다.
당국은 야생철새에 의한 바이러스 농장유입과 가축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1일을 '전국 일제 소독의 날'로 정하고 축사뿐만 아니라 도축장, 가공장, 계류장 등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고 방역과 소독을 실시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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