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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몸값 낮춰도 안팔려…종전부동산 매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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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10>기존 부지 매각, 제대로 되고있나


-안산 해양과기원, 유찰만 18번


-부동산 불경기에 매물 찬밥신세

-연구시설 묶여 용도변경도 까다로워


-분할매각 고육책…몸값 계속 떨어져

[혁신도시]몸값 낮춰도 안팔려…종전부동산 매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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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근무하는 A팀장은 고민이 깊다. 당초 내년 2월 부산혁신도시로 이전하기로 했으나 2017년 상반기로 2년 이상 늦춰지며 가족과 함께 집을 마련해 이전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려던 계획 역시 수정해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데 소속된 기관의 당혹스러움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경기 안산에 소재한 기술원 사옥이 팔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이전 계획이 수립된 이후 9년간 매각이 18차례나 유찰됐다. 기존 사옥 매각대금에 정부 지원금을 더해 1200억여원의 신사옥 건축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사옥이 팔리지 않으니 이전 비용을 충당할 길이 없었다. 혁신도시 이전 시기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정부가 이전을 위한 이자비용 1억4500만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 우여곡절 끝에 내년 5월 신사옥 착공에 들어가게 됐다. 가정도, 회사도 지방으로 이전하기 모호한 처지다.


올 연말까지 전체 지방 이전 공공기관 151곳 중 100여곳이 혁신도시로 옮겨가며 이전 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수도권 둥지(종전부동산) 매각은 속도가 영 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일찌감치 매물로 나온 후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종전부동산 매각이 한꺼번에 몰려 싼 값에 팔려나가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소용없었다. 한국전력 터가 현대자동차그룹에 10조원 넘게 팔려나간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현재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수도권 소재 종전부동산 121개(기관 수 151개) 가운데 81개가 매각되고 나머지는 유찰에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수도권 본사 터와 건물을 매각한 돈으로 혁신도시에서 신사옥을 마련해야 하는 공공기관으로서는 애만 태울 뿐이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매각 예정금액이 내려가길 느긋하게 기다리는형국이다. 지방 이전 시기는 다가오고 신사옥을 지을 돈이 없는 공공기관은 매각 예정금액을 내려서라도 종전부동산을 팔아보려고 노력 중이다. 실제로 십수번의 유찰을 경험한 대다수는 매각 예정금액을 낮춰잡았다.


13차례 유찰된 서울 용산구 국립전파연구원은 16일 오후 4시까지 진행된 입찰에서 최저 입찰가를 824억원으로 제시했다. 올 2월 888억원보다 7.2% 내린 금액이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도로교통공단도 매각 예정금액을 감정가보다 4.4% 낮췄지만 임자를 찾지 못했다. 올 2월 입찰 때만 해도 감정가는 998억원이었으나 9월 888억원까지 떨어졌다. 최저 입찰가도 929억원에서 888억원으로 내려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매각 시기가 지났거나 닥칠 종전부동산은 40개, 3조2000억원어치나 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매각이 성사됐어야 하는 종전부동산 가운데 대한지적공사, 에너지관리공단,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개발연구원(사택), 도로교통공단, 중소기업진흥공단, 국세공무원교육원, 국립전파연구원 등 18개가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매각시기 다가온 40곳 중 18곳 새주인 못구해
지자체 규제 완화 등 협조 필요한데 쉽지않아

공공기관이 제 몸값을 낮추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을까. 공공기관은 용도 변경 허가권을 쥔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경기 안양시는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 국토연구원과 손잡고 연구시설로 묶인 국토연구원 부지를 업무ㆍ숙박ㆍ의료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줬다. 지자체가 종전부동산에 걸린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이로 인한 부지가치 상승분을 시에 환원하게끔 한 정부 대책에 따른 것이다. 3년에 걸쳐 지리한 매각작업이 추진되며 몸값이 789억원에서 710억원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지난 10월 개인투자자에게 710억여원에 팔렸다. 이에 국토연구원 터에는 병원이 들어서게 된다. 큰 짐을 덜어낸 국토연구원은 내후년 12월을 목표로 세종시 이전을 준비 중이다.


김진범 국토연구원 박사는 "입지는 좋은데 연구용지라 민간에서 가격, 용도 문제로 선뜻 매각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었다"면서 "민간이 시와 협의할 사안이지만 (정부의 종전부동산 매각 활성화 방침에 따라) 연구원이 용도 변경까지 한 후 매각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다만 "업무용지로 변경하면 다시 인구가 유입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해양과학기술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양과학기술원의 종전부동산은 연구시설 용도로 제한돼있고 아파트 개발이 안 되는 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해양과학기술원은 연거푸 매각에 실패하자 1종 일반주거지역을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해달라고 안산시에 요구했으나, 시는 용도변경에 따른 난개발과 지역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울산혁신도시로의 이전을 준비 중인 에너지관리공단도 용도 변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12년 1차 용도변경 후 연구실, 교육ㆍ의료ㆍ문화ㆍ운동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1종 일반주거지역이 됐지만 매각에 번번이 실패했다. 고심 끝에 지난 5월 준주거지역으로 상향 조정해달라고 또 다시 요청했으나, 아직 시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준주거지역이 되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호텔 등 숙박 또는 판매시설 등을 지을 수 있다.


지자체에 규제를 풀어달라 말할 수 없는 처지도 있다. 북한강변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의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는 138만㎡에 이르는 대부분이 수도권정비계획상 자연보전권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등으로 묶여있다. 이를 감수하고 1043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액수를 지불할 투자자는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미 지난해 세종시로 이전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재건축 규제에 막혀 아직까지 서울 반포동의 사택을 팔지 못했다. 현재 반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 19가구를 보유 중인데,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어 사실상 일괄 매각만 가능하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1조합 1분양권의 원칙이 적용돼 분할 매각 시 양수인은 독립적인 조합원 자격과 분양권 취득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통매각이 아닌 분할매각을 선택, 스스로 투자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지상 20층짜리 본사 건물에서 3~5층을 제외한 나머지를 매각한다. 오는 22일 대구혁신도시 이전 후 서울에 남는 서울서부영업본부, 마포지점 등 영업조직을 위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4~6층의 전시장, 업무공간을 제외한 4~15층만 시장에 내놓았다. 이 밖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소유권이 나뉘어있는 관계로 각각 11~13층, 4~7층만 분할매각한다.


박근호 국토부 종전부동산기획과장은 "일부 종전부동산에 대한 용도변경 등의 문제는 계속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고 내년에 매각 예정인 종전부동산의 경우 어떤 애로사항이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현재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낙찰 이후 계약 단계로 매수자와의 계약이 성사되면 올해까지 82개의 종전부동산 매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민진 차장(팀장)·고형광·오현길·조민서·이창환·박혜정·이민찬·윤나영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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