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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오너'엔 승진 급행열차가 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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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오너'엔 승진 급행열차가 毒이었다 재계3세, 4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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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리턴' 사태로 재벌 3~4세 살펴 보니…밑바닥부터 다진 후계는 기업 살렸는데
최태원 SK회장 차녀 민정 씨, 해군장교로 사회경험 쌓기부터 '호평'
자녀 승진속도 2~3배 빠른 한진·한화·현대重 등 사건사고로 '혹평'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송화정 기자, 임선태 기자]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17기 해군ㆍ해병대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는 유난히 눈길을 끈 후보생이 있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딸인 민정 씨였다. 민정 씨는 이날 11주의 장교 군사 기초훈련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했다. 재벌 딸에서 대한민국 해군 '최민정 소위'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7-4-3년'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세 자녀가 입사 후 임원까지 오른데 걸린 시간이다. 그동안 맡은 일도 그야말로 여객사업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 '꽃 보직' 이었다, 굳이 비오너가 출신 임원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다른 대기업 3, 4세들 보다 임원 승진 시기가 두세 배가 빠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재벌가 3,4세의 모습이다.


이번 '땅콩리턴'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경영능력이 보장되지 않은 3,4세들의 무임승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상당수의 재벌가 2,3세들이 이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하지만 최 소위처럼 아버지 기업에 취업하는 대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3,4세도 있다. 가업을 이어받는 길을 택한다면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아야 한다. 현장에서 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일정 수준 경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경우 주요 보직에 오르고 있다. 이는 재벌가 일수록 높은 수준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트레이닝 통해 미생에서 완생으로= 국내 20대 대기업의 대다수 3,4세들은 경영 능력을 쌓기 위해 현장 근무나 외부 경험 등을 필수 코스로 밟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자녀 교육은 다른 기업 보다 혹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최 회장의 2녀 1남 자녀들은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외부에서 사회경험을 쌓거나 학업중이다.


큰딸 윤정 씨(25)는 베이징 국제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 진학, MBA 과정을 마친 후 현재는 아트센터 나비와 SK그룹의 사회 공헌 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의 일을 돕고 있다. 둘째딸인 민정 씨(23)는 최근 재벌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해군에 자원입대해 장교로 임관했다. 특히 민정 씨는 특권 의식을 버리고 여성임에도 군에 자원입대한 사실로 사회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SK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윤홍 씨(35)는 GS건설 플랜트공사 담당 상무로 일하고 있지만 10년간의 현장 경험을 거쳤다. 2002년 GS칼텍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개월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주유원으로 일했고, 이후에도 10년간 현장에서 일했다. 2005년 1월 GS건설로 옮기고 나서 2007년과 2009년 과장과 차장, 2010년 부장을 거치며 건설사의 핵심 부서를 두루 경험하는 것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큰 아들 서원 씨(36)는 최근 오리콤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회장 아들이 아니라 광고 전문인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사실상 영입 케이스로 들어온 것이다. 서원 씨는 세계 광고인들의 등용문인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출신으로, 2006년 독립광고회사인 빅앤트를 설립해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과 별도로 홀로서기를 했다.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 역시 자녀들의 경영 수업을 외부에서 부터 혹독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아들 유열 씨(28)는 현재 일본에서 롯데와 무관한 일반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큰딸 규미 씨(26)와 승은 씨(22)는 일본에서 학업 중이다. 신 회장이 노무라 증권에서 7년간 근무하다 33세에 롯데상사에 입사했던 점을 감안할 때 자녀들도 경험을 쌓은 후 롯데에 입사하는 코스를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벌가 자녀 특급열차행, 毒 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이 대한항공에 입사한 시기는 1999년,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3년 뒤에 기내판매팀장을 맡았다. 입사하고서 7년 뒤인 2006년엔 상무보로 승진해 처음으로 임원을 달았다. 2012년부터 대한항공의 등기이사를 맡았고 이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살 터울 동생 조원태 부사장(39)의 승진 속도는 더 빨랐다. 그는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에 입사해 4년 만에 대한항공의 임원을 달았다. 대한항공에서 여객사업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가 현재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계열사만 대한항공, 한진, 한국공항, 토파스여행정보, 진에어 등 9곳이다.


김승연 한화그룹의 둘째 아들 동원 씨(29)가 올 3월 그룹에 입성한 것을 두고도 재계 안팎에서 말이 나왔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큰 아들인 기선 씨(32)가 이번에 두 단계를 뛰어넘어 상무를 승진한 것도 오너 일가의 대표적인 급행 승진 사례로 지적된다. 기선 씨는 현대중공업이 3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경영 악화 상황에서 최근 부장에서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발탁됐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에서 바닥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3,4세들과 초고속 승진해 임원 타이틀을 단 3,4세들이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며 "땅콩리턴 사건으로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3,4세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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