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전력공급의 절반이상을 수력에 의존하는 북한이 가뭄으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이 되면 평양조차 칠흑같은 어둠에 잠기는 경우가 허다해지자 해결책으로 중국산 태양열 조명등이 등장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北,가뭄으로 전략난 심각=북한은 올해 가뭄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가지 강수량은 지난 30년 평균치의 63.4%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수력발전 가동률도 하락해 북한의 전력사정도 더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012년 기준으로 발전설비 용량의 59%가 수력, 41%가 화력으로 구성돼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바로 전력부족이 생기는 에너지 구조다.
더욱이 발전과 송배전 시설의 노후화와 기술 부족으로 만성적인 전력부족을 겪고 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북한은 이에 따라 화력발전 가동률 상향조정,전기절약,석탄증산, 송전망 보수,조명등 교체 등으로 전력난을 타개하려고 노력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4년 세계발전지표(World Development Indicators)'에 따르면 북한의 전기 총생산량은 2011년 기준으로 216억 kWh로 같은 기간 한국의 전기생산량(5210억 kWh)의 4%에 그쳤다.북한에서 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은 전체인구의 2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기 없이 살고 있는 셈이다.
◆중국산 태양열 조명등 북한에서 인기몰이=16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과 교역이 활발한 단둥 해관 주변에는 최근 1~2년 사이에 태양열 조명등 판매점들이 크게 늘어나 북한 고객을 상대로 판촉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의주의 주민은 "신의주의 전체 가구 중 절반 정도가 태양열 조명등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기사정이 가장 좋다는 평양에도 웬만한 가정에서는 태양열 조명등을 설치해놓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단둥에서는 태양열 집열판과 배터리,일반 전구보다 훨씬 밝은 LED 전구 일체를 1500위안(한화 약 26만526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며, 한번에 여러 개를 사면 값도 할인된다고 RFA는 전했다.
태양열 조명등은 지난해까지는 2000위안(35만3680원) 정도였는데 북한 고객이 몰리자 경쟁업체가 생기면서 값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북한 사람들이 태양열 조명등을 사는 이유는 성능이 좋기 때문이다. 제품 하나면 방 3개의 조명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휴대폰(손전화기) 충전과 작은 LCD 텔레비전 시청도 동시에 가능하다고 판매상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판매상들은 태양열 조명등의 성능은 비슷하며, 집열판도 충격을 가하지만 않는다면 반영구라고 선전하고 있다.흠이라면 배터리 수명이 약 1년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태양열 조명등이 북한주민들 속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1500위안이 넘는 조명등 값은 일반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배낭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태양열 충전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2V짜리 중국산 태양열 충전기는 50~70달러에 팔리고 있는데 햇빛에 두면 자동으로 전기에너지를 축적했다가 손전화(휴대폰)와 같은 저전압 전기기구에 공급할 수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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