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인근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구속영장 기각된 후 풀려나, 검찰 수사 차질 불가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았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45)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가 숨을 거두면서 ‘청와대 문건’ 유출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최 경위는 13일 오후 2시30분께 경기도 이천의 최 경위 고향집 부근 도로변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경위는 손목에 자해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차 안에는 번개탄이 피워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최 경위가 자살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경위는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지목받은 인물이다. 그는 정윤회 문건 작성자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박관천 경정(48)이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로 복귀한 뒤 박 경정의 개인 짐을 뒤져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최 경위와 함께 한 모 경위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청와대 문건’을 외부에 알린 의혹과 관련해 처음에는 박 경정이 당사자로 거론됐지만, 박 경정은 이를 부인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 경위가 박 경정의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유력한 인물로 지목됐다.
최 경위가 실제로 박 경정 짐을 뒤져서 문건을 외부로 빼돌렸다면 왜 그런 일을 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누군가 최 경위에게 그런 일을 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최 경위와 한 경위를 대상으로 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범죄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사유를 밝혔다.
검찰 수사가 미진한 상태여서 최 경위에 대한 구속수사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최 경위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풀러났다. 최 경위는 숨지기 전 친형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경위가 자살을 선택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도 관심의 초점이다. 경찰로 복무하면서 나라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컸는데 한 순간에 범죄 혐의자로 몰리면서 이를 항변하고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 경위는 청와대 문건을 언론사 등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는 하지만 그를 둘러싼 혐의가 말끔히 씻긴 것은 아니다.
최 경위가 문건 외부 유출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 경위는 정보 분야에서 근무한 경찰관 출신이다. 정윤회 문건 논란으로 촉발된 청와대 문건 의혹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파장이 있는지 모를 리 없다.
최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청와대 문건 유출을 둘러싼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 경위에게 문건을 외부로 유출하도록 지시한 인물이 있는지, 있다면 누가 왜 그런 일을 지시했는지에 대해 수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검찰은 다음 주 관련 의혹을 둘러싼 추가 수사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최 경위 이외의 의혹 당사자에 대한 소환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을 둘러싼 의혹 수사 자체가 벽에 막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은 최 경위와 함께 의혹 대상이 되고 있는 한 경위 등 다른 인물에 대한 수사를 통해 남은 의문을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으로 생각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어떠한 강압행위나 위법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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