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증가·후유증 고민…유가 배럴당 40달러 가나
[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글로벌 경제에 저유가 복병이 등장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 6월 대비 40% 가깝게 떨어진 상태다. 만성적인 공급 과잉 우려 속에 산유국들의 유가 전쟁이 뜨거워지면서 내년 유가는 배럴당 40달러(약 4만4800원)선까지 접근할 듯하다.
저유가를 반기던 글로벌 경제는 이제 이로 인한 변동성 증가와 성장률 둔화라는 후유증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크게 부진했다. 다우 지수는 전 거래일에 비해 106.31포인트(0.59%)나 떨어진 1만7852.48에 마감했다. 지난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나스닥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각각 0.84%, 0.73% 밀렸다.
이날 뉴욕 증시는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앞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 거래일보다 배럴당 2.79달러(4.2%) 급락한 63.05달러에 마감했다.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4.2% 하락한 배럴당 66.19달러로 떨어졌다. 이도 5년 3개월 사이의 최저가다.
지난 주말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브렌트유가 내년 중 배럴당 43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 평균 가격도 당초보다 30%나 낮춘 7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유가 급락은 곧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 부진으로 이어져 전체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 가운데 에너지 관련 기업 비중은 무려 15%다. 여기에 석유산업에 대규모 대출을 해준 웰스파고 은행 등 금융주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유가가 결국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글로벌 경제가 의외의 변수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 증대에 대한 우려가 높다. 벌써부터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주요 산유국들의 경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 단가가 높은 일부 산유국의 경제가 흔들릴 경우 그 파장이 글로벌 경제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 재정을 전적으로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들은 물가 폭등으로 경제 불안과 민심 동요가 벌써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저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률 둔화가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미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도 일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수개월 사이 40%나 되는 유가 하락은 글로벌 경제 성장둔화의 전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특히 아직도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유가 하락이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사상 최대 대박을 기대했던 지난 추수감사절 세일 기간 중 판매가 예상을 크게 하회했기 때문이다.
미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최근 조사에서 소비자 79%가 휘발유 가격 하락을 체감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소비를 더 늘리겠다는 응답은 8%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문업체 RW 베어드의 브루스 비틀즈 수석 투자전략가도 "유가 하락이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겠지만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수개월 간 머물 경우 경제 여러 분야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근철 기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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