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시계아이콘02분 2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
AD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은둔의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조르조 모란디'. 예술과 상업을 넘나드는 '팝아트'의 대표주자 '앤디 워홀'. 20세기 전ㆍ후반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거장들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모란디가 특정 유파에 속하지 않고 오로지 '그린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일관한 작가라면, 워홀은 이와 반대로 친숙하고 유명한 상품이나 인물의 이미지를 이용해 미국문화의 정체성을 표현한 스타작가였다. 가난하고 소박한 삶으로 일관한 모란디와 '돈 버는 예술'을 추구했던 워홀. 전시장에서 마주한 작품들 속에선 두 예술가의 너무나도 다른 인생관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큰 원 속에 병과 세 개의 사물이 있는 정물, 1946년, 동판에 에칭, 모란디미술관 소장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비아 폰다차의 정원, 1958년, V1115, 모란디미술관 소장

◆'모란디와의 대화' 전 = 모란디(1890~1964년)는 우리에겐 조금 낯선 작가지만 이탈리아의 국민화가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이미 1940~50년대 베니스ㆍ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수상할 만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던, 근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가다. 그는 미술은 물론 영화, 디자인, 건축 등 전공자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의 독특한 예술세계는 많은 미술사학자나 평론가들에게 연구대상이 돼 왔다. 그의 사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브뤼셀 팔레 드 보자르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었고, 아시아에서도 일본에서 두 차례 회고전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그가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데에는 근대미술 하면 곧 프랑스 인상주의라고 할 만큼 다양성이 미흡한 국내 미술 전시계의 풍토 탓이 크다.


모란디의 작고 단순한 그림들은 "예술의 본질을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20세기 격변의 시대 미술도 갖가지 '이즘(~ism)'으로 불리는 여러 사조들이 등장했지만, 모란디는 이를 따라가지 않았던 작가다. '수도승'이라 불리기도 한 모란디는 결혼하지 않고, 누이들과 함께 볼로냐의 폰다차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냈다. 이곳의 네 평 남짓한 침실 겸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다 생을 마감한 그의 삶처럼 그의 화풍 또한 근대미술에서 많은 작가들이 전통적인 방식을 깨뜨리며 다양한 실험을 한 것과 달랐다. 그는 전통양식들을 깊이 파고들었다. 여러 전통양식들을 혼합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낸 그의 작품에서는 14세기 초 르네상스 회화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지오토, 기하학적 형태와 견고한 색채로 입체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폴 세잔, 형이상회화파 작가인 데 키리코 등의 양식들이 어우러져 나타난다.


서울에서의 첫 모란디 회고전에는 볼로냐의 모란디미술관 소장품 중 작가의 전성기(1940~60년대)에 제작된 유화, 수채, 에칭판화, 드로잉 40여점이 비치돼 있다. 다양한 종류의 병들과 조개껍질, 꽃, 풍경 등 작가가 선택한 일상적인 소재들이 형태, 구조, 색에서 미묘하고 아름다운 변주를 나타낸다. 박혜정 학예연구사는 "모란디는 벼룩시장에서 그림에 쓰일 사물들을 모았는데 그 중 유리병 등엔 직접 페인트를 부어 새로운 정물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독특했다. 또 꽃은 생화가 아닌 조화를, 풍경도 인물이 없는 장소를 주로 그렸다"며 "작품소재의 색채들은 마치 먼지가 쌓인 듯 서로 다른 색들이지만 뿌옇게 보여 비슷한 색감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는 작가가 추구한, 시간이 흐르지만 변하지 않는 '영원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내년 2월 25일까지. 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02-2022-0600.


모란디, 고유의 방식으로 전통에 천착
워홀은 상업주의 내세운 '파격' 시도
'소박한 삶-돈버는 예술' 인생관도 달라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1985년 아트광고이자 앤디워홀과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앱솔루트와 워홀'(왼쪽), '캠벨 수프 이미지로 만든 의상'(1966년, 가운데 위), '캠벨 수프 캔'(1988년, 가운데 아래)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앤디 워홀이 앱솔루트 보드카를 위해 제작했던 페인팅이 이번 전시를 통해 그대로 보드카 병에 입혀진 모습.(가운데) 그 양쪽으로 워홀의 작품 '그 파티 후(After the party)'(1979년)과 '폭스바겐(Volkswagen)'(1985년)이 비치돼 있다.


◆'앤디 워홀과 친구들' 전 = 상업예술의 대표화가 앤디 워홀(1928~1987년)과 그를 오마주(hommageㆍ존경의 표시로 특정 이미지를 인용하는 일)한 작품들이 함께 선을 보이고 있는 전시장. 이곳은 마치 펍(Pub)처럼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반짝이며 흥겨운 음악소리가 흐른다. 스탠드 바엔 스웨덴 보드카 '앱솔루트'가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전시작으로는 앱솔루트 보드카의 첫 아트광고부터 캠벨스프 깡통과 콜라병, 폭스바겐 등을 소재로 한 실크스크린 판화 등 워홀의 작품 7점이 보인다. 앱솔루트 아트광고는 1985년 워홀이 그린 콜라보레이션 작품 '앱솔루트 워홀'이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감으로 보드카 이미지를 부각한 이 작품은 30년 전 앱솔루트가 감성마케팅 첫 협업 사례로 앤디 워홀에게 부탁한 그림이다. 이와 함께 국내 아티스트 하석준, 이영선, 고나현, 이정은 등 10명이 회화, 사진, 패션, 미디어 아트, 가구 디자인을 활용해 워홀 스타일을 닮은 작품들을 제작해 비치해 뒀다.


이번 전시는 앱솔루트사가 올해 '앱솔루트 워홀' 이미지를 보드카 병에 붙여 190여개국 400만병 한정판매(한국 6만병)하는 행사를 벌이면서 마련됐다. 워홀을 집중 조명한 전시장 풍경도 작가가 과거 자주 이용하던 뉴욕의 한 사교클럽이었던 '스튜디오 54'를 재현했다. 사교클럽에서 워홀이 만난 친구들은 로이 리히텐 슈타인, 탐 베셀만, 클래스 올덴버그 등 각기 다양한 장르로 예술계에서 활약한 인물들이었다.


전시 관계자는 "유명인사들과 상업적 상품들을 소재로 대중에게 색다른 감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워홀은 마케팅의 귀재이기도 했다"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헐리우드 스타처럼 유명세를 떨친 그는 늘 새롭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상품에 예술을 입히는 콜라보레이션 작품의 시작점이 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주말에 현장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는 무료로 앱솔루트를 섞은 칵테일이 제공된다. 12월 4일까지. 서울 통의동 진화랑. 02-738-757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