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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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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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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은둔의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조르조 모란디'. 예술과 상업을 넘나드는 '팝아트'의 대표주자 '앤디 워홀'. 20세기 전ㆍ후반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거장들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모란디가 특정 유파에 속하지 않고 오로지 '그린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일관한 작가라면, 워홀은 이와 반대로 친숙하고 유명한 상품이나 인물의 이미지를 이용해 미국문화의 정체성을 표현한 스타작가였다. 가난하고 소박한 삶으로 일관한 모란디와 '돈 버는 예술'을 추구했던 워홀. 전시장에서 마주한 작품들 속에선 두 예술가의 너무나도 다른 인생관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큰 원 속에 병과 세 개의 사물이 있는 정물, 1946년, 동판에 에칭, 모란디미술관 소장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비아 폰다차의 정원, 1958년, V1115, 모란디미술관 소장

◆'모란디와의 대화' 전 = 모란디(1890~1964년)는 우리에겐 조금 낯선 작가지만 이탈리아의 국민화가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이미 1940~50년대 베니스ㆍ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수상할 만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던, 근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가다. 그는 미술은 물론 영화, 디자인, 건축 등 전공자들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그의 독특한 예술세계는 많은 미술사학자나 평론가들에게 연구대상이 돼 왔다. 그의 사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브뤼셀 팔레 드 보자르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었고, 아시아에서도 일본에서 두 차례 회고전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그가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데에는 근대미술 하면 곧 프랑스 인상주의라고 할 만큼 다양성이 미흡한 국내 미술 전시계의 풍토 탓이 크다.


모란디의 작고 단순한 그림들은 "예술의 본질을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20세기 격변의 시대 미술도 갖가지 '이즘(~ism)'으로 불리는 여러 사조들이 등장했지만, 모란디는 이를 따라가지 않았던 작가다. '수도승'이라 불리기도 한 모란디는 결혼하지 않고, 누이들과 함께 볼로냐의 폰다차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냈다. 이곳의 네 평 남짓한 침실 겸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다 생을 마감한 그의 삶처럼 그의 화풍 또한 근대미술에서 많은 작가들이 전통적인 방식을 깨뜨리며 다양한 실험을 한 것과 달랐다. 그는 전통양식들을 깊이 파고들었다. 여러 전통양식들을 혼합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낸 그의 작품에서는 14세기 초 르네상스 회화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지오토, 기하학적 형태와 견고한 색채로 입체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폴 세잔, 형이상회화파 작가인 데 키리코 등의 양식들이 어우러져 나타난다.


서울에서의 첫 모란디 회고전에는 볼로냐의 모란디미술관 소장품 중 작가의 전성기(1940~60년대)에 제작된 유화, 수채, 에칭판화, 드로잉 40여점이 비치돼 있다. 다양한 종류의 병들과 조개껍질, 꽃, 풍경 등 작가가 선택한 일상적인 소재들이 형태, 구조, 색에서 미묘하고 아름다운 변주를 나타낸다. 박혜정 학예연구사는 "모란디는 벼룩시장에서 그림에 쓰일 사물들을 모았는데 그 중 유리병 등엔 직접 페인트를 부어 새로운 정물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독특했다. 또 꽃은 생화가 아닌 조화를, 풍경도 인물이 없는 장소를 주로 그렸다"며 "작품소재의 색채들은 마치 먼지가 쌓인 듯 서로 다른 색들이지만 뿌옇게 보여 비슷한 색감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는 작가가 추구한, 시간이 흐르지만 변하지 않는 '영원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내년 2월 25일까지. 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02-2022-0600.


모란디, 고유의 방식으로 전통에 천착
워홀은 상업주의 내세운 '파격' 시도
'소박한 삶-돈버는 예술' 인생관도 달라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1985년 아트광고이자 앤디워홀과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앱솔루트와 워홀'(왼쪽), '캠벨 수프 이미지로 만든 의상'(1966년, 가운데 위), '캠벨 수프 캔'(1988년, 가운데 아래)


'예술만 팠다' VS '예술을 팔다'…모란디-워홀 展 앤디 워홀이 앱솔루트 보드카를 위해 제작했던 페인팅이 이번 전시를 통해 그대로 보드카 병에 입혀진 모습.(가운데) 그 양쪽으로 워홀의 작품 '그 파티 후(After the party)'(1979년)과 '폭스바겐(Volkswagen)'(1985년)이 비치돼 있다.


◆'앤디 워홀과 친구들' 전 = 상업예술의 대표화가 앤디 워홀(1928~1987년)과 그를 오마주(hommageㆍ존경의 표시로 특정 이미지를 인용하는 일)한 작품들이 함께 선을 보이고 있는 전시장. 이곳은 마치 펍(Pub)처럼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반짝이며 흥겨운 음악소리가 흐른다. 스탠드 바엔 스웨덴 보드카 '앱솔루트'가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전시작으로는 앱솔루트 보드카의 첫 아트광고부터 캠벨스프 깡통과 콜라병, 폭스바겐 등을 소재로 한 실크스크린 판화 등 워홀의 작품 7점이 보인다. 앱솔루트 아트광고는 1985년 워홀이 그린 콜라보레이션 작품 '앱솔루트 워홀'이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감으로 보드카 이미지를 부각한 이 작품은 30년 전 앱솔루트가 감성마케팅 첫 협업 사례로 앤디 워홀에게 부탁한 그림이다. 이와 함께 국내 아티스트 하석준, 이영선, 고나현, 이정은 등 10명이 회화, 사진, 패션, 미디어 아트, 가구 디자인을 활용해 워홀 스타일을 닮은 작품들을 제작해 비치해 뒀다.


이번 전시는 앱솔루트사가 올해 '앱솔루트 워홀' 이미지를 보드카 병에 붙여 190여개국 400만병 한정판매(한국 6만병)하는 행사를 벌이면서 마련됐다. 워홀을 집중 조명한 전시장 풍경도 작가가 과거 자주 이용하던 뉴욕의 한 사교클럽이었던 '스튜디오 54'를 재현했다. 사교클럽에서 워홀이 만난 친구들은 로이 리히텐 슈타인, 탐 베셀만, 클래스 올덴버그 등 각기 다양한 장르로 예술계에서 활약한 인물들이었다.


전시 관계자는 "유명인사들과 상업적 상품들을 소재로 대중에게 색다른 감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워홀은 마케팅의 귀재이기도 했다"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헐리우드 스타처럼 유명세를 떨친 그는 늘 새롭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상품에 예술을 입히는 콜라보레이션 작품의 시작점이 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주말에 현장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는 무료로 앱솔루트를 섞은 칵테일이 제공된다. 12월 4일까지. 서울 통의동 진화랑. 02-738-757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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