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독려' 발언 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기 위한 한국과 일본이 27일 국장급 협의를 갖는다. 이에 따라 일본이 해법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일본의 태도를 볼 때 전망은 매우 어두워 보인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한일 양국은 27일 서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5차 국장급협의를 열기로 했다. 지난 9월 19일 도쿄에서 열린 지 약 두 달 만이다.
지난 네 차례의 만남에서 평행선을 달린 한일 국장급협의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양국 정상이 국장급협의부터 한·중·일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의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만찬 중 한·일 국장급협의가 잘 진전되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음 주 열기로 한 한일 국장급협의는 회의 결과에 따라 연내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내년 초 정상으로 이어지는 연쇄회동의 고리가 될 수 있어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최근 발언 등 일본 정치권 움직임은 이번 국장급 협의 또한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등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왔다.
그렇지만 일본은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아베 총리는 일본의 보수우익 신문인 산케이신문 20일자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올바른 역사 인식을 형성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도 "참배 여부를 외교적 문제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예산을 들여, 돈을 써가며 자기의 허물을 홍보하는 격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비판하고 "군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군대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용감하게 인정하시고, 거기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진보 매체 아사히신문이 지난 8월 위안부와 근로자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요시다 세이지 증언'을 토대로 한 기사를 오보로 인정하고 취소한 이후 일본 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면서 일본 외무성 협상팀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측은 이번에도 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법적으로 해결됐으며 아시아 여성기금을 통해 도의적인 차원의 노력도 많이 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할 공산이 커 보인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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