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종교인 과세 법제화가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름부터 잘못됐지 않았나 싶다. 찬성론자들은 "종교인도 소득이 있으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고, 반대론자들은 "신성한 종교활동의 영역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인가"라고 맞선다.
종교와 종교활동은 신성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종교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도 성역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종교인이 소득세 납세의무자로서 연방세, 주세, 사회보장세와 의료보험세 등을 부담하고 있다. 독일은 가톨릭 등 교회의 종교인을 공무원과 유사하게 봐 국가에서 매월 급여를 지급하고 원천징수의 방식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재원은 교회 등 종교단체에 다니는 성도로부터 걷는 교회세로 충당하고 있다. 일본도 종교인에 대한 별도의 과세 규정 없이 개인과세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성직자가 면세점 이하로 신고돼 실제 과세되는 금액은 많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세가 돼도 대부분이 면세점 이하(연소득 3000만원 이하가 80%가 넘는다고 한다)다. 이중과세라는 주장도 있다. 종교인의 수입이 대부분 근로소득자나 자영업자들이 열심히 벌어서 세금을 내고 남은 소득의 일부를 낸 헌금이다 보니 여기에 세금을 다시 부과하는 것이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세금을 내고 난 뒤의 행위에 과세가 부당하다는 얘기인데 어불성설이다.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국민들이 10명 중 7명(20일 조사ㆍ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이다. 요즘은 교회와 사찰을 사고 파는 시대다. 교회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교회담보대출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종교와 비즈니스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법적 근거, 국민적 지지, 세계적 흐름을 보면 종교인 과세 논의는 이제 찬반을 넘어 방법론으로 가야 한다.
다만 정부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종교에 과세하겠다는 논리를 펴면 설득력이 없다. 정부가 "국민건강을 위한다"며 10년 만에 담뱃세를 대폭 인상한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흡연자들은 세금 더 걷으려는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종교인 과세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현실적인 문제는 많다. 종교단체의 회계제도가 공식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종교인의 과세소득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종교단체별 특성을 파악해 각종 지급액의 성질을 확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법제화에 앞서 자발적인 납부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헌금을 내는 신도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이고 일정 규모 이상의 종교시설을 갖춘 곳이 자발적으로 자진신고나 자진납부하고 여기서 모인 재원을 다시 종교계 지원에 쓰는 방안도 검토해 볼 일이다.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세수목표가 제로인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비슷한 예일 수 있다.
이름도 바꾸면 좋겠다. 담배나 술, 도박 등에 붙는 세금을 죄악세(sin tax)라고 한다. 종교인 과세는 신성한 종교활동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한 세금이고 좋은 곳에 쓴다는 취지에서 선행세 혹은 신성세(virtue tax 혹은 divine tax)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