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100억달러를 투자한 북한 최대의 석탄화학공장지대인 순천비날론 공장이 폐허로 바뀌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순천비날론공장은 1983년 고 김일성 국가주석이 연간 10만t의 비날론을 생산할 수 있도록 건설하라고 지시해 만들어진 거대 공장지대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일본의 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009년 7월에 촬영한 평안남도 순천의 비날론?비료공장지대의 모습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순천','비날론비료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북한에 풍부한 석탄을 원료로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의 에너지와 기술, 노동력으로 화학 산업을 발전시키는 '자력갱생'을 강조했다고 RFA는 전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순천비날론공장은 일반 야구장 467개를 합친 만큼 엄청난 규모다.
이 공장은 비날론 생산을 위해 석탄과 석회를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석탄 화력 발전소와 카바이드, 화학 비료 생산 등 관련 공장을 하나의 기업체에 집약시킨 것으로 원료공급과 생산, 수용을 원활히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지만,실제로는 덩치가 너무 커 하나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다른 공장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등 효율성이 극히 떨어진다고 RFA는 꼬집었다.
동영상에 비친 순천비날론공장은 폐허가 됐다. 공장 앞 부지는 논과 밭으로 쓰이고 있고, 뼈대와 외벽만 남은 건물 앞 부지는 옥수수밭으로 전용됐다.
각 구역을 연결하는 컨베이어 벨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동한 적이 없는 듯 녹이 슬어있고, 건물 안에는 제대로 된 장비 하나 남아있는 않은 모습이었다.
공장에 설치된 기계 대부분은 뒤로 빼돌려졌고, 유리창과 건축 자재, 지붕 등도 근로자와 인근 주민이 가져가 버렸다고 RFA는 전했다.
가동이 멈춘 파이프라인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 아래에서 북한 주민이 김매기를 하고 있고, 공장지대의 빈 땅은 이미 옥수수밭이 됐다.
2004년 촬영한 '순천 비날론 연합기업소' 인공위성 사진과 2009년 5월 사진을 비교해보면 2004년에는 2004년에는 어느 정도 공장의 모습을 갖췄지만 2009년의 사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순천의 ‘비날론연합기업소’는 북한 최대의 석탄?화학 공장지대이지만, 대부분 북한 주민은 이 곳을 북한식 사회주의 민족자립경제노선에 대한 실패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RFA에 "(순천비날론공장은) 북한 경제의 마비, 아주 독선적이고 경제의 합리성을 생각지 않은 이데올로기 우선 경제 정책에 대한 실패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날론은 1939년, 나일론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화학섬유로 마찰이나 약품에 강해 산업용 재료로 쓰이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60~70년대에 '주체섬유'로 큰 대접을 받았지만 옷의 재료로 쓰기에는 빳빳해서 작업복에나 사용된다. 북한 주민은 비날론을 걸레로 사용하거나 도배용 풀로 만들어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날론을 생산하려면 석탄과 전력이 많이 필요한 데다 다른 섬유와 경쟁력에서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전력과 기반시설이 열악한 북한의 실정을 고려하면 '순천 비날론연합기업소'의 실패는 당연하다는 게 탈북자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RFA는 덧붙였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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