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연구원 김현욱 미주연구부장 '북한 미국인 인질 석방' 분석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미국인 인질 2명을 석방한 것은 강경한 공화당원들의 대북 입법조치를 차단하고 오바마 행정부 내에 대화 여론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미주연구부장은 12일 '북한 미국인 인질 석방:의미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김 부장은 북한은 미국의 강경한 대북 제재와 북·중 관계의 냉각 상황 속에서 다양한 자구적 노력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유럽, 러시아, 일본 등과의 대화 노력이 있으며, 이번 케네스배 씨와 매튜 토트 밀러 씨 등 2명의 미국인 인질 석방은 지난달 1명의 석방과 함께 미국과의 대화 재개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 인질 석방은 북한으로 하여금 강경한 공화당원들의 예견되는 대북 입법조치를 차단하고 오바마 행정부 내의 대화 여론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인질억류 사건과 석방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로 2009년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한 뒤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이 풀려 났고 2010년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인질을 데리고 나왔다.
김 부장은 "북한은 현재의 외교적 고립 국면에서 특사 없이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미 국무부나 백악관 인사가 방북해 협상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럼에도 김정은의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등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문제에서 미국과 모종의 의견교환이 있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부장은 또 미국 내에는 북한과 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그룹도 있지만 최근 끝난 미국의 중간선거가 중요 변수라고 지적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대북 제재 법안과 인권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미국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대화론자들의 입김마저 사그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의 대화론자들은 대화 없는 제재 일변도의 정책이 북한의 핵 능력을 가속화할 것이며,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제재보다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과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더라도 핵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북한의 핵 능력 증강 속도를 늦추고 핵 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대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만 의지하는 것은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부장은 "중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일시적인 제재로 대응할 뿐,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과 북한 정권의 안정을 포기하면서까지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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