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10개국 중 7개국 생산자물가 하락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아시아 전역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모건스탠리가 지적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아시아 주요 10개국(일본 제외) 가운데 7개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하락(디플레이션)하고 있다며 아시아 전역에 디스인플레이션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entrenched) 상황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한국,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대만, 홍콩의 PPI가 하락하고 있다. PPI가 오르고 있는 국가는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뿐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자체는 오르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물가 자체가 하락하는 디스플레이션의 전조인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표 격인 PPI가 하락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낮은 CPI 상승률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의 경우 10월 PPI가 전년동월대비 2.2% 하락했고 CPI 상승률은 중국 정부 목표(3.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6%에 그쳤다.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정도의 적절한 CPI 상승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중국의 PPI는 역대 최장 기간인 32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하락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 CPI 상승률이 더욱 둔화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내년에도 중국의 PPI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생산자물가 하락은 소비자물가를 떨어뜨리고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금리가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하락시켜 정부가 부채 비율을 낮추는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난 3년간 아시아 국가 정부들이 부채 증가율을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명목 GDP 증가율 둔화 속도가 더 빨라 결과적으로 GDP 대비 부채 비율은 높아졌다고 모건스탠리는 지적했다. 중국과 한국을 비롯해 7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00% 안팎이라며 면밀한 김시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 자산 현황을 살펴봐도 리스크가 커지고 있으며 기업의 위험 증가는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아시아의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정책 완화를 주저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스인플레이션 타개를 위해서는 통화정책 완화 뿐 아니라 자본 할당(capital allocation)의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표면화해 비생산적인 부문에 대출이 회수되게끔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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