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사태에 해외공장까지 현장실사…정상적 기업 자금운용 지연 우려도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시중은행들이 모뉴엘 사기대출 사건 이후 수출기업 대출에 현장실사를 강화하면서 대출심사기간이 길어져 정상적인 기업들의 자금운용에 피해가 갈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수출신용보증제도를 이용한 대출 뿐 아니라 수출기업의 대출신청 현장실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모뉴엘 사태 이후 수출기업 대출심사에서 국내 생산거점은 물론 필요할 경우 해외 공장 실사를 현재보다 더 강화해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향후 현장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실사전문팀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현장심사반을 신설했다. 현장심사반은 정확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여신 심사 판단을 위해 공단지역에 심사역 4명을 상주 파견해 관할 영업점 여신 심사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현재의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기업들의 신용조사와 대출심사 과정에서 현장실사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수출팩토링과 매출채권할인 등과 관련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점검해 개선 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리스크 심사파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금감원 감사의견이 나오면 내부검토 후 개선할 부분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기존거래 업체 신용도 재점검을 하고 있다. 현장점검 등 심사 강화는 차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각 은행들이 수출기업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정상기업들도 대출신청부터 실제 집행되는 때까지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만약 미국이나 아프리카, 남미지역 등에 수출하는 기업이 있고 현지공장까지 가동하고 있다면 현장실사를 다녀오는데만 아무리 짧아도 일주일이 걸릴 것"이라며 "그 기간만큼 심사기간이 연장돼 기업들이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한국금융의 강점이 퇴색하지 않기 위해 효율적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수출신용보증 이용규모는 올들어 10월까지 5조4893억원에 달하고 이를 이용하는 기업수도 4869곳에 달한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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