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제약업계에 리베이트 태풍이 다시 몰아칠 기세다.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건강보험에서 퇴출될 수 있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지난 7월 시행된 이후 사정 당국의 대규모 리베이트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제약업계와 경찰 등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리베이트 전담수사팀은 제약사 6~7곳을 리베이트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전담수사팀은 지난달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제약업계에선 다국적 제약사 1곳과 유명 제약사 4곳 등이 담긴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리스트에는 매출 상위 제약사가 대거 포함돼 제약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이후 리베이트를 근절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와중에 또 이런 사건이 터져 사내 분위기가 안 좋다"며 "우리 회사도 포함됐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1억원 이하 금액이 세 번 적발되거나 1억원 이상 리베이트 금액이 두 번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이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제도다. 의약품 도매상의 리베이트까지 해당 의약품을 만든 제약사에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제약사들은 더욱 좌불안석이다.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도매상의 경우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적용되는지 모호했다"면서 "이번 리베이트 수사로 당국이 제3자에 의한 리베이트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리베이트에 놀란 것은 한국제약협회도 마찬가지다. 제약협회는 최근 이사장단 회의를 열고 리베이트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결의했다. 특허가 만료되는 일부 대형약물의 제네릭시장에서 일선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리베이트 제공설이 또 불거지고 있다는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제약협회는 "법을 지키고 윤리경영을 엄수하고자 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손해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판명되는 기업은 윤리강령과 정관에 따라 예외 없이 중징계할 것"이라며 엄벌 방침을 밝혔다.
이번 리베이트 수사를 놓고 의사들도 우려하고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리베이트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 의사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오늘 또 다른 의사가 비슷한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그는 밤잠도 못자고 안절부절했다"고 전했다. 이어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은 가장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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