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이 금지된 근로자, '딜러계약' 처벌·소송 가능성 있어
-정부, 관련 사항 아직 파악 못해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불법 휴대폰 보조금 지급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개통 후 나중에 현금을 돌려주는 '페이백'과 신규 가입을 통해 유령 개통을 한 다음 기존 번호를 덧입히는 '에이징'이 유행하다가 최근엔 '딜러계약'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 지난 1~2일 '아이폰6 보조금 대란' 당시에도 딜러계약과 페이백이 결합돼 불법 보조금이 살포됐다. 그러나 겸직이 금지된 공무원이나 겸업 금지 항목이 포함된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이 딜러계약을 맺으면 관련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어 엉뚱한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딜러계약'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휴대폰 불법 보조금 지급 수단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딜러계약은 A(휴대폰 판매자)씨와 B(구매자)씨 사이에 맺는 계약으로 서류상에는 구매자(B)가 판매자(A)의 딜러가 돼 인터넷, 인터넷전화, 인터넷TV 등 기타 부가서비스의 판매 대행에 관한 수수료를 지급받게 돼 있다. 이렇게 되면 이통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A는 B에게 합법적으로 불법 보조금을 수수료로 둔갑시켜 지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딜러계약을 작성하면 절대 법에 걸릴 수가 없다"며 "복잡하고 귀찮긴 하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딜러계약은 그 자체만으로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B가 겸직이 금지된 공무원이거나 겸직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람(대기업 등에서는 겸직 금지 조항이 있는 사례가 있음)이면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처벌, 혹은 회사로부터 계약 위반으로 민사 소송 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다 자칫 직업상의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딜러계약을 할 경우 공무원이나 준정부기관 직원 등은 바로 처벌 대상"이라며 "일반 기업의 근로계약서에 겸직 금지 조항이 들어가 있으면 추후 감사 등에서 적발될 경우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아이폰6 보조금 대란 당시 악용됐던 딜러계약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딜러계약이 어떤 방식으로 불법 보조금 지급에 악용되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현재 불법 보조금 지급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고 있지만 모든 내용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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