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자전거와 피임약의 기술사회성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충무로에서]자전거와 피임약의 기술사회성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AD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한다. 같은 기술이라도 누가 사용하느냐,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라고 한다. 과연 사실일까? 실제 기술개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기술은 철저하게 'Technology for whom', 즉 '최초에 누구를 위한 기술로 개발되었는가?'에 따라 엄청나게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산업혁명 시대에는 저임금인 어린 청소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키가 작고 폭이 작은 방향으로 각종 기술들이 개발되었다. 자전거의 경우 최초에는 스포츠 전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앞쪽 바퀴가 기형적으로 크고 높게 설계됐다. 그런데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왕성해지면서 긴 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이 자전거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등장했다. 앞뒤 바퀴가 동일하게 낮은 자전거, 앞에 장바구니가 달린 자전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자전거처럼 금방 설계 변경이 가능한 기술이라면 괜찮은데 한 번 굳어지면 바꾸기 힘든 기술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임 기술이다. 부작용이 큰 여성용 경구용 피임약은 시중에 많이 개발된 반면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효과적인 남성용 피임약은 이미 개발되어 있는데도 시장에 나가기가 어렵다. '피임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약은 아무리 효과성이 뛰어나도 대량의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는데 임상에 참가하려는 남자들이 없는 것이다. 부작용이 적고 장기 복용이 가능한 고혈압약이 개발된 것도 고혈압 환자가 대부분 남성들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학기술은 절대로 가치중립이 아니다. 따라서 여성이 소비주체로 등장한 시대에는 젠더(gender)적 특성을 고려한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특히 급격히 고령화하는 시대에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조기구나 정보통신기술(ICT), 약품의 경우 여성과 노인이 훨씬 더 많은 소비자가 되는 현실에서 젠더에 따른 심리ㆍ사회ㆍ문화적 특성에 맞는 제품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세계적으로도 여성이 기술의 주된 소비계층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젠더 다양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미 중요한 연구지원 프로그램에는 반드시 젠더를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시작된 대규모 연구개발 지원 프로그램인 'Horizon 2020'에서 연구자들이 젠더에 따른 특성을 어떻게 고려해 연구할 것인가를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올해 10월부터는 동물과 조직을 사용하는 모든 실험에서 성별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여성 과학ㆍ기술ㆍ공학 인재들이 처한 현실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어렵게 공부해 기업이나 연구소에 취업해도 잠깐 출산휴직을 하고나면 낙오되기 일쑤다. 밤샘 실험을 할 때는 어린 자녀를 등에 업거나 옆에 데리고 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단 여성 과학자들의 교수 채용 숫자가 적고 10억원 이상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이공계 대학의 여교수 비율은 0.5%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2018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선 문ㆍ이과 계열을 구분하지 않고 공통과목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ㆍ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창의ㆍ융합형 인재는 문ㆍ이과의 통합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기술적 공존에서도 함께 모색되는 것이 옳다.


더 늦기 전에 고학력 여성 과학ㆍ기술 인력이 사장되지 않도록, 혹은 미래의 잠재적 여성 인력을 키우기 위해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용 사례: 여성과총 과학기술연구의 젠더혁신 포럼 보고서 참조)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