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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바람이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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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바람이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붑니다 허진석 스포츠레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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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오거스틴(61ㆍMichael Augustin)은 독일의 브레멘에 사는 시인이다. 뤼비크 태생으로 나의 스승 가운데 한 분이신 박제천 시인(69)과 친구다. 두 분은 1984년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국제창작프로그램(IWP) 행사에서 만났다. 박제천 시인은 "술꾼들끼리는 서로 통하는 법"이라고 했다. 나는 박제천 시인을 인연의 고리로 삼아 오거스틴 시인을 알게 됐다. 그는 "박제천 시인은 나의 형제"라고 했다.


오거스틴 시인의 시집을 두 권 가지고 있다.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하이쿠(俳句)를 여러 편 쓰기도 했다. 하이쿠는 5, 7, 5의 3구(句) 17자(字)로 이루어지는 일본 고유의 단시(短詩)이다. 매우 적은 언어를 사용하며 표현은 암시적이지만 단정하면서도 짜릿하다. 요사 부손(與謝 蕪村)이 "나는 떠나고 그대는 남으니 두 번의 가을이 찾아오네" 같은 하이쿠로 지어낸 우주는 이 계절의 정서를 사로잡는다. 오거스틴 시인의 하이쿠는 맛이 다르다. 그는 "새벽에 홀로 깨어 코 고는 베개를 시샘한다"와 같은 하이쿠를 썼다.

오거스틴 시인은 지난 1일 뮌헨에서 열린 시낭송회에 참가했다. 나는 행사 사진을 보고 놀랐다. 그가 입은 티셔츠 가슴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라는 한국어 글귀가 씌어 있었다. 나는 "티셔츠 가슴에 한국어가 씌어 있다. 어디서 구한 옷이냐"고 인터넷 메신저를 사용해 물었다. 그는 서울에서 구했다고 짧게 대답한 다음 "이 글귀는 시이거나 최소한 시의 일부분일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윤동주 시인이 쓴 '서시(序詩)' 첫줄이라고 알려주었다.


오거스틴 시인은 어떻게 티셔츠 가슴에 쓰인 글귀가 시이거나 시의 일부분일 것이라고 짐작했을까. 누군가 말해 주었을까. 아니면 시인다운 직감이었을까. 어느 쪽이든, 나는 한글의 아름다움이 오거스틴 시인을 매혹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므로 가슴에 한글을 새긴 티셔츠를 시를 낭송할 때 입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문자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지만 그 자체로서 빛을 내며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창조해 내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하였을 때에 비하면 반편이다. '훈민정음'은 창제 당시에 다양한 소리값과 높낮이를 가지고 세상의 모든 언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순경음 비읍(ㅸ)을 우리가 아직도 사용한다면, 경상도나 함경도 사람들이 "어어, 추버"라고 하거나 "어어, 더버"라고 할 때 내는 소리가 서울 사람이 발음하는 '비읍' 소리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더ㅸㅓ'나 '추ㅸㅓ'라고 표기했을 것이다. '시옷'과 '지읒' 사이 어딘가에 있는 '여린시옷(ㅿ)'은 어린이들의 혀밑을 수술칼로 베지 않아도 영어 발음을 세련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다.


우리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 글에 대해 잘 모른다. 훈민정음의 창제과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찬주 소설가(61)가 소설 '천강에 비친 달'에서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데 조선 초 최고의 산스크리트어 전문가였던 신미스님이 크게 기여했다는 주장을 했다. '상당한 논란을 빚겠구나' 싶었지만 의외로 조용했다. 논쟁은 관심과 집착의 산물이다. 우리 글은 논쟁거리가 될 만한 관심조차 끌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스포츠 언론 분야는 외국어(주로 영어)가 지배하는 세계다. 현지어(?)를 사용해야 수준을 보장받는다고 생각하는 종사자들이 적지 않다. 기자들은 영국에서 벌어지는 골프 대회가 '디 오픈'인지 '브리티시 오픈'인지를 놓고 말다툼한다. '로케이션(location)'이나 '커맨드(command)' 없이 야구 투수의 능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몇해 전 골프 중계를 보다 해설자가 "바람이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붑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식은땀을 흘린 적도 있다. '바람'을 '윈드'라고 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허진석 스포츠레저부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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