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유통ㆍ물류업의 시장규모를 키우려면 해당 분야의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일 '글로벌 경쟁력 취약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과제 : 유통ㆍ물류 분야' 보고서를 통해 해당 산업 분야의 규제개혁과제 33건을 제시했다. 특히 보고서는 대형소매점 영업시간ㆍ출점 규제완화를 통해 우리나라 유통업의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시간ㆍ출점규제가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형마트의 월 2회 공휴일 휴업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자정에서 오전 10시까지의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전통시장 1km 이내에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를 개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경연은 지난해 연구결과를 인용해 대형소매점 영업 규제가 영세상인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납품업체와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 관계자는"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대형소매점의 소비액 감소는 월평균 2300억원인데 비해 '재래시장ㆍ소형슈퍼마켓'으로 수요가 전환되는 소비액은 월평균 최대 500억원으로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소매점 납품업체의 매출감소액은 월평균 1,872억 원,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을 환산한 금액이 월평균 1,90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규제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마트 등 굴지의 유통기업을 거느린 미국의 경우 대형소매점 영업 규제가 없으며, 영국과 프랑스도 규제를 점차 완화하는 추세다. 지난 100여 년간 일요일 영업을 금지했던 프랑스도 2009년부터는 빵집, 꽃집 등 소규모 자영업자,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 대형점포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했다. 또 30년간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해해 온 일본 역시, 소비 위축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2000년부터 관련 규제를 전면 폐지했다. 독일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아직 일요일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지만 종교적인 이유나 근로자의 휴식 보장차원에서 실시중이여서 우리나라와 규제 목적이 다르다. 미국과 영국 등의 출점 규제 또한 상권보호보다 주민의 안전과 건강, 환경, 교통, 주변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시행 중이다.
한경연은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대형소매업에 대한 규제는 결국 유통시장의 소비를 위축시키고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경연은 물류산업의 대표적인 진입규제 사례로 '택배차량 증차규제'를 들었다. 온라인 쇼핑을 통한 물품 구매가 증가하면서 택배 취급량은 연평균 16.3%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택배차량의 수요도 커지고 있지만, 지난 2004년 정부가 화물운송업의 과다 경쟁방지, 영세사업자 보호 등을 취지로 차량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했다. 택배업도 운송사업에 해당되므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물류 증가량에 비해 증차가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한경연은 "일본의 경우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장의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규제를 완화해 택배사의 물량처리 실적 등에 비례한 합리적인 증차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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