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원자력발전소 전산시스템(SAT) 보안이 허점투성이로 밝혀졌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빛과 고리 원전 보안시스템 자체 감사 결과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19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협력업체가 사전에 파악하고 마음대로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발전소별로 원전 폐기물 관리·감독 업무를 책임지는 근무 직원이 4인 3교대방식에 따라 1명밖에 없는 등 구조적 문제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폐기물 관리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성을 띄는 폐기물이 관리·감독없이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협력업체 몇 군데와 공유됐는지, 또 협력업체에서 몇 차례나 사용했는지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접속기록(log) 설정기간이 3일에 불과하고, PC운영체계가 교체되어 명확한 사실관계는 규명할 수 없었다는 해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특히 원전 내 보안 시스템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원전 내 폐쇄회로(CCTV)의 경우 영상물 저장 기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동됐고 아날로그 방식의 기기가 77%에 달해 고장도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
발전소 운전지원용으로 설치된 관제시스템(CCTV)의 경우, 설치근거 없이 발전소 별로 독자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시설점검 주기가 6개월로 되어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CCTV 영상물 저장기간도 지정하지 않고 운영해왔다.
이번 일로 국가방호시설 가운데 하나인 원전의 CCTV가 외부침입이나 내부사고 등을 감시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신뢰가 산산이 깨지게 됐다.
산업부는 외부 전문가를 고용해 나머지 울진과 한울 원전을 포함해 전산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전원을 엄중 문책키로 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실파악과 관련자 처벌에 제대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 우리 원전 기술을 네덜란드에 수출, 처음으로 유럽을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국민들이 원전 직원 아이디와 CCTV조차 재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나라의 원전 기술을 도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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