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수출·비자금까지 터지자 직원들 대부분 사직서 내
$pos="C";$title="31일 모뉴엘 사옥 전경.";$txt="31일 모뉴엘 제주도 사옥 전경. ";$size="550,412,0";$no="2014110311051963489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제주=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모뉴엘의 제주도 사옥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통유리로 된 건물 전면은 광대한 제주도의 자연과 잘 어울렸고 '모뉴엘(MONUEL)' 글자는 사옥 입구를 떠받들며 위용을 자랑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사람'이다. 지난달 31일 찾은 모뉴엘 제주 사옥은 아름다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스산한 느낌을 자아냈다. 입구는 물론 사옥 안쪽의 뜰에도 인기척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경비 직원에게 이유를 물었다. "직원들 대부분 이번 달까지만 근무한다며 사직서 썼어요." 의문은 쉽게 풀렸다.
모뉴엘 제주사옥으로 옮긴 직원들은 대부분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이사 등 임원들은 가끔씩만 제주에 들를 뿐 거의 출근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비실을 통해 인사 담당자에게 직원들의 인터뷰를 정식 요청했지만 거부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무작정 입구에서 기다리자 등산복을 입은 남자 직원 한 명이 안에서 걸어나왔다. 담배불에 불을 붙이는 그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하자 "할 말 없어요" 하고 고개를 저으며 황급히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시 십여 분을 기다리자 연구동 입구에 직원들이 모습을 보였다. 나란히 담배를 피고 있는 직원 세 명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인터뷰를 요청했다. 내리기 시작한 비를 피하라며 따스한 말까지 건네준 그들은 '사표를 제출했나'는 질문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직서 내고 이번 달 말까지만 근무해요. 직원들이 거의 다 제출했죠. 회사에서 뭐라고 안 해도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박홍석 모뉴엘 대표는 지난달 23일, 제주도 사옥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법정관리에 대해 사죄했다. 그때 일부 직원들은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3조원대의 위장수출과 비자금 조성 등이 알려지며 대부분의 마음이 돌아섰다.
경영기획실을 찾아 연구동 건너편에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1층에 있는 직원용 도서관은 쓸쓸하게 비어 있었고, 안내데스크 역시 금요일임에도 아무도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다. 기숙사에서 서울로 짐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택배용지만이 수북이 쌓여 있을 뿐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 경영기획실까지 가는 동안 단 한 명의 직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경영기획실에도 대리급 직원 3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팀장 등 책임자가 있냐는 말에는 '회의 중'이라고 답했지만 어느 회의실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의 거취를 묻자 "개개인의 일이라 모른다"고 답했다.
어렵게 모뉴엘 퇴사 직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직원은 법정관리 기사를 보고 나서 회사의 상황을 알았다"며 "(법정관리) 전 주까지 제주도 본사로 이전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면접을 통해 신규직원을 채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며칠 전만 해도 제주도에서의 여유 있는 생활을 꿈꿨던 직원들은 난데없는 청천벽력에 살길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구동 앞 쓰레기통에 수북이 넘쳐나는 담배꽁초에서 모뉴엘 직원들의 황망함과 아쉬움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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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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