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28일부터 홈페이지에서 저축의날 관련 자료 공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월급쟁이들도 저축만 열심히 하면 집도 사고 먹고 살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과 이솝우화 '개미와 배짱이'를 가장 먼저 배웠다. 한때 30%에 달했던 이자율을 기반으로 저축이 고속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1970~80년대 얘기다.
이때 저축률은 1988년 38%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정부가 IMF 이후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소비를 권장하면서 '저축'은 미덕이 아니라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은행 이자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저축률은 2010년 이후로 5%를 채 넘지 못하고 있다.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결성돼 대대적으로 개최해왔던 '저축의 날'도 이같은 시류와 함께 희미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한때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표창장을 수여할 만큼 화려했던 옛 영광을 뒤로하고 현재는 최소화돼 통상적인 기념식만 갖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이제 '추억'이 된, 한때 한국인의 근면ㆍ검소ㆍ성실의 상징적 역할을 했던 '저축의 날'과 관련된 동영상, 사진, 문서, 표어 등의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이 자체 홈페이지(http://www.archives.go.kr)를 통해 28일부터 공개한다.
저축의 날은 "국민의 저축의식을 높이겠다"며 1964년 제정된 기념일로 1984년 10울 마지막 화요일로 정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기록물은 1950∼80년대 '저축의 날' 기념행사 및 국민저축 장려활동을 담은 영상 16건, 사진 14건, 문서 4건, 표어 4건 등 총 38건이다. 저축강조기간(1964년)ㆍ금리현실화(1965년)ㆍ저축 1조원 돌파(1971년) 등 영상 16건과 저축의 날 기념식(1964년ㆍ1973년ㆍ1983년)ㆍ범국민저축생활화촉진대회(1978년) 등 사진 14건, 저축의 날에 관한 건(1964년)ㆍ저축증대에 관한 법률(안)(1969년) 등 문서 4건, '저축하는 국민 되고 자립하는 나라 되자' 등 표어 4건이다.
이 자료들에는 195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의 국민 저축 증대 노력이 담겨져 있다. 공개된 자료 중 국민저축운동추진위원회 설치, 국민저축조합 결성 등을 골자로 한 1952년 '국민저축운동추진요강'은 저축을 통해 경제재건과 안정을 도모하려 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960년대는 본격적으로 국민의 저축을 장려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1964년 '저축의 날' 제정, 1969년 '저축증대에 관한 법률' 제정 등 제도적 기틀을 갖췄고, '저축강조기간'을 정하여 실시하는 등 저축이 개인의 미래를 대비하는 방편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을 강조했다.
시중 자금을 금융기관으로 유치, 각종 산업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정기예금의 금리를 최고 30%까지 인상해 예금자 이익을 보장한 '금리현실화' 조치(1965년), 길흉대사 부조 시에 현금 대신 사용하길 권장한 고금리의 소액채권(500원권부터 발행) 등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을 살펴 볼 수 있다.
1970~80년대는 저축이 고속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시기의 상황도 엿보인다. 1971년 최초로 국내저축 1조 원을 달성해 개최된 기념대회, 전시회 등의 광경을 찾아 볼 수 있다. 이후 저축률은 꾸준히 상승, 1988년에는 총 저축률이 사상 최고치인 38.1%에 달했다. 고도 경제발전 시기의 물가 상승과 과소비 풍조를 추방하기 위해 당시 활발하게 전개된 저축운동의 모습은 총력저축 전진대회(1976), 전국 소비절약 전진대회(1978), 범국민 저축생활화 촉진대회(1978), 물가안정 범국민대회(1979)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저축습관을 가진 어린이들의 모습,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사람의 최후를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비유한 애니메이션 등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한 각종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저축하는 국민 되고 자립하는 나라 되자' 등 당시 활용되었던 표어와 함께 이러한 표어들이 외관에 도배되어 있는 은행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박동훈 국가기록원장은 "제51회 저축의 날을 맞아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던 저축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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