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대한천일은행' 관련 기록 국가지정기록물로 신규 지정...회계에 개성상인들이 쓰던 '송도사개치부법' 사용 확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리나라 근대 은행인 시조격인 '대한천일은행'(大韓川一銀行)이 서양보다 200여년 앞섰던 우리나라 고유의 복식 부기법인 '송도사개치부법'(松都四介置簿法)을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행정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이와 관련 최근 우리은행 은행사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대한천일은행 창립 및 회계 관련 기록물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신규 지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대한천일은행은 대한제국 황실의 지원 아래 상인들 주도로 1899년 설립된 근대 은행 제도의 시초격인 은행이다. 1911년 조선상업은행으로 개칭된 후 광복 이후에 한국상업은행, 한빛은행을 거쳐 현재 우리은행으로 이름이 바뀐 상태다.
국가기록원이 이번에 국가지정기록물로 신규 지정한 대한천일은행 창립 및 회계 관련 기록물은 근대 은행의 설립과정과 회계처리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 한국 금융사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계 관련 자료는 '송도사개치부법' 방식으로 작성돼 회계사 및 구한말 사회경제사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록물로 평가받고 있다. 송도사개치부법은 고려시대부터 주로 개성상인들이 사용했던 우리나라 고유의 회계처리법으로 서양의 복식부기보다 200여년 앞선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기록원은 은행 창립 청원서 및 인가서, 정관, 지점설치 관련 문서 등 대한천일은행 창립 및 운영 관련 기록물(12건 18점)과 정일기(正日記), 장책(帳冊), 회계책(會計冊), 출납기부 등 회계 관련 기록물(7건 57점)로 총 19건 75점을 국가기록물로 지정했다.
특히 개성 상인의 송도사개치부법과 동일한 방식으로 작성된 대한천일은행 회계장부의 경우 전통 복식부기를 확인할 수 있고 송도사개치부법에서 현대 회계방식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로 전해졌다. 또 주장부인 정일기(正日記)를 비롯하여 장책(帳冊), 회계책(會計冊) 등 보조장부가 함께 남아 있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송도사개부기 문서 중 가장 완전한 체제를 갖추고 있는 기록물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은행의 설립과정 뿐만 아니라 금융, 재정, 기업 경영 등을 비롯한 대한제국 경제정책과 운용을 엿볼 수 있다.
한편 국가기록원은 2008년부터 국가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민간기록물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해 보존ㆍ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고'를 비롯해 '조선말큰사전 편찬 원고',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등 총 12건이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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