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 화두인 '최경환노믹스'에 대해 대체적으로 취임 첫 한두 달간은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 반면에 두 달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최 부총리 취임 100일을 숫자로 정리해봤다.
◆14주 vs 13개= 최 부총리는 지난 7월16일 취임 이후 14주간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포함해 일주일에 1개씩 대략 13개의 정책 대책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출범 직후 경제가 살아난다는 확신이들 때까지 재정과 세제정책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1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재정·금융 지원책을 내놨고 2015년도 예산안(총지출기준)도 올해보다 5.7% 늘어난 376조원으로 편성했다. 경제 주체들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경기에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다.
◆코스피 2082 vs 1936= 최 부총리의 과감한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자 지표가 변화했다. 취임 당시 2000선을 조금 넘었던 코스피는 취임 초기인 지난 7월 말 2082.61포인트까지 올랐다. 8월의 하루 평균 주식 거래량은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10월 들어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신흥국 자금 유출과 국내 기업 실적 부진 등 대내외변수가 겹치면서 코스피는 1900선까지 다시 추락했다. 22일 종가 기준으로는 1936.97이다.
◆아파트값 0.11% 상승 vs 전월세전환율 6.4%= 최 부총리 취임 이후 발표된 부동산 규제완화대책은 부동산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전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1% 올라 16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리 인하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 구하기는 더 어렵게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의 주요지역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을 산정한 결과 9월 말 현재 6.4%로 2011년 1월의 8.4%에 비해 2.0%포인트 하락했다. 전월세전환율이란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전세에 비해 월세 부담이 높고, 비율이 낮으면 월세에 비해 전세부담이 높다는 의미다. 2011년에 비해 전월세전환율이 하락한 것은 저금리 등의 여파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수요에 비해 월세공급 물량이 늘어난 때문이다.
◆GDP 0.4% 물가 23개월째 1%이하= 재정과 세제에 이어 금리인하까지 이뤄졌지만 경제지표는 다시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2년 3분기(0.4%) 이후 7개 분기 만에 최저다. 8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8% 줄어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고, 설비투자도 10.6% 줄었다. 물가는 23개월째 1% 이하를 맴돌고 있다.
◆국가채무 511조 재정적자 35조= 공격적 경기부양이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나라살림 사정은 나빠졌다. 올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관리재정수지는 34조7000억원 적자를 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세금이 덜 걷힌 탓이 가장 크다. 8월까지 예산 대비 세수 진도율은 63.1%였다. 전년 동기보다 4.7%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국가채무는 8월 말 기준 511조1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7조8000억 늘었다.
◆신 3저= 예전 한국경제는 3저(저금리, 저달러, 저유가)현상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지만 최근의 신 3저(저성장, 저물가, 엔저)는 한국경제와 한국기업에 악재다. 저성장 국면의 저물가는 가계의 소비위축과 기업의 이윤감소를 초래한다. 엔저도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10월25일 100엔당 1093.83원에서 22일 960원대로 추락했다. 엔저는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돼 이들과 경합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매출감소와 수익악화를 가져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일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해 3.3%, 내년 3.8%로 전망했는데 이는 7월 전망대보다 올해 0.1%포인트, 내년 0.2%포인트 각각 하향 조정된 것이다.
◆유가 80弗대= 두바이유는 6월23일 배럴당 111.2달러에서 10월10일 88.0달러로 하락하면서 3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와 브랜트유도 모두 80달러대로 내려갔다. 국제 유가 하락은 국민소득 증대와 물가 하락에 의한 소비와 생산 증대 효과 이외에 불확실성 저하에 따르는 기업투자심리 개선을 통한 투자 증대 등의 효과를 유발해 국내 경기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 10% 하락 시 소비 0.68%, 투자 0.02%, 수출 1.19% 등의 개선효과를 가져오면서 GDP는 0.27%, 국민총소득(GNI)은 0.41% 상승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소비자물가도 0.46% 낮추는 효과가 있다. 저물가 고착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경연은 IMF 기준 디플레이션 취약성지수가 1992년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당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기 "崔에 아직도 기대"= 취임 100일으로 최경환노믹스 전체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비롯해 경제활성화법 30개 등 주요법안의 국회통과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소기업계는 아직까지 최경환 경제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8~15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경환 경제팀의 행보가 중소기업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한다고 답한 비율이 58.7%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는 답은 41.3%였다. 최경환 경제팀이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정책 방향과 추진 과제를 잘 설정했다고 보는 비율은 68.3%에 달해 그렇지 않다(31.7%)는 답의 두 배에 달했다.
아울러 최경환 경제팀이 정책 과제를 차질 없이 잘 이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답변은 76%에 달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24%)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확장적 경제 정책으로 경기 회복 등의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는 답이 68.7%로 나타났다.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시점으로는 내년 2분기 33%, 내년 1분기 31.6%, 내년 3분기 이후 31.5% 등으로 예상했다.
◆崔,"10년 같은 100일"=최경환 부총리는 22일 제2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100일이 아니라 이미 10년은 지난 것 같다"며 취임 100일의 소회를 밝혔다.
최 부총리는 "취임 당시 세월호 여파로 경제주체들이 굉장히 가라앉은 상황에서 100일간 여러 정책을 통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책 효과를 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관점에서 국회에 계류된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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