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 단통법 시행 후 선택약정할인 받으면 유심이동 제한
개통이력 없으면 개통 후 24개월 지난 중고폰만 개통 가능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선택약정 할인을 받으면 유심 이동이 제한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통 이력이 없거나 개통 이후 24개월이 지난 중고폰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호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왕과천)은 19일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들의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혜택(이하 선택약정할인) 약정이 유심 이동성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통신사들이 소비자들이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선택약정할인에 가입할 경우 약정기간 내 유심변경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용자들의 기기변경을 어렵게 만들고 유심 이동성 확대에 역행한다는 것이 송의원의 주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 제68조(이동전화범용가입자식별모듈)를 통해 유심 이동성(유심을 다른 단말기에 장착하더라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에 따라 유심만 바꾸면 통신사 간, 기기 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송 의원은 그러나 이통사들은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유심 이동을 여러 경로로 막아왔다고 밝혔다. 가령 이통사들은 2010년 휴대폰 보호서비스라는 명목 하에 유심이동을 제한하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0억원을 받기도 했다. 또한 통신사들이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제시하지 않으면 유심 단독 판매 및 회선개통을 거부하거나 해외 유심을 사용 못하게 하는 설정 등은 모두 위법한 해위다.
더구나 영업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취해진 가입 후 1~3개월 이내에는 유심변경금지 역시 불법이다. 미래부는 지난해 6월 관련 고시개정을 통해 유심 이동성 적용대상을 롱텀에볼루션(LTE)단말기로 확대해 이용자가 단말기 교체 없이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미래부 고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제공기준(제2014-61호)에 따라 이통사들이 새롭게 만든 약정에 따르면 유심 이동성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는 것이 송 의원의 설명이다.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선택약정할인에 가입할 경우 약정기간 내 유심변경이 제한된다는 가입조건 때문에 유심 이동성이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지원금을 받지 않은 단말기 또는 중고 단말기를 활용해 선택약정할인에 가입할 경우 24개월의 약정기간 동안 12%의 기준할인율을 적용받아 요금할인을 받는다. 그러나 단말기가 분실되거나 파손돼 다른 단말기(공기계)로 유심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변경할 단말기가 개통 이력이 없거나 개통 후 24개월이 지났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해당되지 않는 단말기는 선택약정할인이 적용되지 않거나 약정해지에 따른 반환금 지불 후 선택약정할인의 재약정 가입이 가능하다.
이통사 측은 선택약정할인이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공기계를 대상으로 혜택이 적용되면 기존에 지원금을 지급됐던 단말기에 중복으로 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통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송 의원의 주장이다.
기존의 사용자가 이미 위약금을 모두 반환한 경우에만 해당 단말기를 공기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급된 지원금은 이미 정산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또한 선택약정할인의 적용여부와 관계없이 유심이동은 이통사 전산상에서 단말기를 교체하는 기기변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대리점에 내방하지 않고도 가입자가 직접 유심을 옮겨가며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유심변경 제한조건으로 유심 이동성이 약화됐고 이는 소비자 편의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송 의원은 "결과적으로 개통된 유심은 항상 최초의 단말기에 사용돼야 하고 동일한 명의라도 개통 당시 기기가 아닐 경우 자체적으로 유심을 옮겨가며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또 유심변경의 제한으로 미래부가 지난 7월1일부터 시행한 유심이동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통사들의 유심변경 제한은 사실상 기기변경을 할 수 없게 해 소비자권익을 침해한다"며 "방통위와 미래부는 위법여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통신정책과 이통사들의 약관이 사업자 중심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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