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보조금 가뭄은 언제쯤 해갈될 수 있을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초기부터 낮은 보조금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온 이통사·제조사들이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다음주 이통사들이 공시하는 보조금 액수에 따라 여론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7일 제조사와 이통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보조금 인상'을 주문했다. 내주 공시되는 보조금 액수가 사실상 정부의 압박에 대한 기업들의 '응답'인 셈이다.
특히 최 장관이 이날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경고를 한 만큼 현재 책정된 보조금 보다는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 장관은 "단말기 유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소비자와 판매점들이 어려우니 해소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언급하며 기업들을 압박했다. 국민들의 원성을 누그러뜨리고 가시적인 보조금 인상을 이루기 위해 협조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원하는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바로 '해결책을 내놓겠다'라는 답을 못했다. 특히 이통사와 제조사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통사의 경우 제조사가 장려금을 올리지 않는 이상 무작정 보조금을 올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측에서도 중국산 저가 단말기의 추격, 점유율 축소 등 힘들어진 영업환경에서 정부가 수긍할만한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정책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려 한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은 정부가 만들고 이제와서는 보조금을 팡팡 쓰라고 주문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A 이통사 관계자도 "특단의 조치라는 게 무엇을 말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장관이 강도 높게 경고하면서 내부에서도 어떻게 해야할 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최 장관의 강도높은 발언에 대해 미래부측은 "정부가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불만이 많으니 이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강구하자는 의미"라며 "구체적인 것을 염두해 두고 한 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강도 높은 조치를 통해서라도 단통법이 취지에 맞게 작동하게 하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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