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저커버그 회동에 관심 쏟아진 이유는
-지하주차장·로비로…007작전으로 만난 이재용·저커버그
-저커버그, 방한 일정 대부분 삼성과 보내 페북폰 삼성이 출시할지 관심..가상현실 헤드셋 협력확대도 논의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김유리 기자] # 14일 오후 4시경.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취해하려는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두시간 반 정도 지난 오후 6시40분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초사옥 1층 로비로 들어섰다. "오늘 어떤 이야기를 나눌 예정인가", "페이스북 폰이 정말 출시될 수 있나"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부회장은 미소만 머금은 채 입을 닫았다. 같은 시각 기자들의 눈을 피한 저커버그는 지하 주차장을 통해 건물로 들어갔다. 언론의 관심이 로비로 들어오는 이 부회장에게 쏠리는 사이 저커버그는 기자들의 눈을 피해 지하로 방문한 것이다. 언론노출을 꺼리는 저커버그를 위해 이 부회장이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1년여만에 삼성전자를 다시 찾은 저커버그의 방문 현장 모습이다.
언론을 피해 삼성전자를 방문한 저커버그는 이날 이 부회장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3시간가량 갖고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 방문 당시에는 약 8시간의 회의를 했다.
페이스북과 삼성전자의 만남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한계돌파' 때문이다. 양사는 모두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삼성전자는 애플, 샤오미 등과의 경쟁으로 스마트폰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시장을 잡을 만한 제품이 없다는 평가도 속속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도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세계를 휘어잡은 페이스북이지만, 갈수록 사용자가 이탈하고 있다. 사용자 이탈을 막기 위해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과 사진공유서비스 인스타그램도 인수했으나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이런 양사가 손을 잡을 경우 무언가 시장을 잡을 만한 제품이 나오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설은 15일 저커버그의 일정이 공개되면서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저커버그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임원 수십여명을 대동하고 삼성전자 수원 캠퍼스를 방문했다. '삼성전자 벤치마킹'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사업장을 방문한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의 하드웨어 제조 기술과 페이스북의 소프트웨어ㆍ콘텐츠 기술이 만나 구체적으로 뭔가를 내놓을 수 있다는 희망이다.
저커버그는 수원 캠퍼스에서 열릴 가상현실 사업 등 각 부문 핵심 임원들 간 미팅에도 참석했다. 지난해 방문 당시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삼성과 보내는 셈이다. 최근 저커버그가 방문한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일정과 비교해 봐도 한 기업과 시간을 오래 보낸 경우는 없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 이후 양사가 가상현실 헤드셋(VR) 부문에서의 협력 확대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기술이 결합된 '삼성×페북' 협업 제품이 추가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초 공개한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은 올 초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와 협업해 만든 제품이다. 고글 같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쓰면 360도 어디를 둘러봐도 사용자가 직접 영상 속 공간에 있는 것처럼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양사가 협업하면 기어VR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센서 기술이 적용돼 재현되는 콘텐츠의 지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향후에도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기기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삼성전자는 부품 공급과 완성품 생산, 유통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가상현실 헤드셋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구글ㆍ소니ㆍ소프트뱅크 등도 가상현실 헤드셋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는 페이스북의 다양한 서비스가 선탑재된 '페북 전용폰'을 삼성이 출시하게 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 등 삼성의 콘텐츠가 페이스북과 연계해 서비스되는 상황도 기대해 볼만 하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 회복과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 효과 등도 기대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13억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연간 4억대 규모를 웃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