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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법무부 장관의 안이한 '사이버 사찰'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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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13일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에서 쏟아진 질의와 답변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대응을 놓고 여야를 막론하고 거센 질타가 이어졌지만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입을 통해 전달된 법무부와 검찰의 인식은 논란이 촉발된 때부터 지금까지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의원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지자 황 장관은 "저도 카톡을 쓰고 있다.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표현이 알려지면서 오해가 생긴 게 아닌가 한다. 오해가 생긴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사과의 말을 드린다"고 했다.


형식상으론 '사과'였지만 유례없는 사이버 망명 현상에 이어 업체 대표의 감청영장 불응 발표로까지 이어진 이 사태의 발화점이 어디인지 정부는 끝내 짚어내지 못했다.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 구성과 운영방식 등에는 문제가 없는데 일부 표현에 착오가 있었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인 셈이다.


법무부 수장의 안이한 인식은 답변을 준비하며 들고 있던 메모지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황 장관은 '사찰'과 '감청'에 여러번 동그라미를 쳐 두고,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 앞에 '카톡'을 강조해서 적어 둔 종이를 여러차례 들여다봤다. '사찰과 감청'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데 답변의 방점을 둔 것이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검찰 문건에 '게시글 삭제 요청, 실시간 적발 및 증거수집, 적극적 구공판(정식재판 회부)' 등의 표현이 남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검열'에 대한 문제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황 장관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 대한 실시간 감청 부분만 거론하며 포털사이트 게시물에 대한 논란은 비켜갔다.


그러나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 운영 방침을 밝힌 이후 국민이 '온라인 공안시대'에 대한 불안감을 가졌던 것은 비단 카카오톡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이버 망명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지금, 정부는 더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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