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과거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이런 뉴스가 많다. 전세가율 평균치가 70%를 넘는 수도권 자치구가 급증했다는 소식이다. 서민들은 오르기 전의 전세보증금을 대기도 벅찬데 그마저도 수천 만원씩 오르는 통에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앞서 인용한 구절은 벌써 10년도 더 지난 '구문'이다. 이때가 2001년 11월이었다. 당시 수도권 지역의 전세가율은 61.3%였다.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소형 아파트는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12년이나 지난 지금 이런 현상은 더 분명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주택시장의 구조는 전세금이 집값에 근접해가는 방향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인 셈이다. 10여년 전에 비해 수도권 전세가율 평균치는 올 10월 현재 65.05%로 변화됐다.(부동산114 통계자료)
문제는 시장의 구조로 볼 때 전세가율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택 재고량은 갈수록 불어나지만 전세 물건은 줄어드는 구조 때문이다. 수도권 아파트는 2000년 233만채였던 것이 올 10월 442만채로 90% 이상 늘었다. 하지만 가구 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 정부 전망치를 보면 인구는 2030년까지 증가해 5216만명을 찍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구 수는 2040년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은 계속 늘어나며 전세물량을 더욱 고갈시키고 있다.
전세가율 상승이 불가피하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해답은 아니겠지만 오랫동안 주택정책에 몸담아 온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은 정답의 단서를 준다. 서 원장은 "이론상으로 전세금은 주택의 유지관리비, 감가상각비, 제세공과를 더해 집값의 110% 정도를 받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이론적인 얘기지만 집주인의 보유세 등을 감안한다면 집값보다 높은 전세금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세가율이 90%를 넘긴 곳이 적지 않아 100%를 넘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세가율이 97%에 달하는 곳이 있다. 화성시 진안동 주공그린빌10단지 전용 49㎡는 평균 매매가는 1억6750만원, 전세가는 1억6250만원이다. 사실상 매매가와 같은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화성시 병점동 성호1차 59㎡도 매매가 1억6000만원, 전세가 1억55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97%에 육박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70%를 넘어 100%에 근접한다고 해서 집값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집 사면 망한다'는 류의 호들갑이 시장에 먹혀든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집을 보유함으로써 부담이 여러 가지 생기게 마련이어서다. 취득세부터 재산세까지 보유세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연한이 지난 집값은 하락한다는 상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10년 이전에 전세가율 급상승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또 이런 현상이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학습효과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집값 상승보다는 임대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지난 주말 간만에 가진 외식자리에서는 이런 단면을 읽을 수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분들의 얘기를 흘려듣게 됐는데, 이들의 주제는 집을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었다. 새 집을 사느냐, 헌 집을 사느냐가 주요 이슈였다. 헌 집을 사는 게 좋다는 이의 주장은 이렇다. "어차피 전세나 월세 줄 거다. 헌 집 세놓는 게 이득이다." 새 집을 사야 한다는 이는 "세 수준이 다르다"며 대립했다. 그러면서도 동의하는 바는 전세물건은 없어서 못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시장의 흐름을 장삼이사도 다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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