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끊기고, 판매 수수료도 줄어"
"월세·인건비 감당 못해"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부모님, 집사람 모두 걱정을 많이 합니다. 저는 요즘 잠도 안와요."
"지금까지 휴대폰 유통만 해왔는데, 이제 어디에 취업해야하나 막막합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2주차에 접어들면서 폐업하는 유통점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에 휴대폰을 살 수 있게 된데다 줄어든 보조금에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휴대폰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살 길이 막막해 졌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 인근의 한 대리점. 문 앞에는 '폐업안내문' 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매장 내부에는 서너 명의 직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직원들의 대화만 들릴 뿐 매장 안은 적막함이 감돌았다.
대리점 사장 A씨는 "(법안이 시행된 지)이제 열흘이 좀 넘었지만 월세나 직원들 인건비 등 이미 기본적인 지출 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은행에서 받은 대출 이자는 또 어떻게 갚아 나가야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조차 없어 어떻게든 버텨볼 희망도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젊은 직원들이야 어떻게든 살겠지만 이쪽 분야에서만 일하다 30대 중반을 넘긴 직원들은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실상 같은 분야에 재취업은 이제 힘들고 새로운 분야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어제까지 같이 일하던 동료들을 자꾸 떠나보내니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 대리점을 10년 이상 운영해 왔다. 지난 8~9월까지는 이동통신 시장이 얼어붙었다고는 해도 월세는 겨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손님은 끊기고, 이동통신사들이 주던 판매 수수료도 줄어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A씨는 "판매량은 8~9월에 비해 4분의 1 정도로 줄었다"면서 "여기에 통신사가 주던 판매 수수료까지 낮아져 사정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단통법 시행 전 유통점에 통신사가 주는 판매 수수료는 적정 수준을 유지, 보조금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을 소비자에게 지급하고도 현상 유지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조차도 힘들다는 것이다.
상황은 한때 '휴대폰 골목'이라고 불렸던 용산 인근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끊기고 매장 직원들도 시장을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매장 직원은 "이러고 가만히 있다가 굶어 죽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며 "종사자들끼리 모여서 촛불집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직원은 "10월 들어 오늘까지 단 한 대도 못 팔았다"며 "숨만 쉬어도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있는데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동통신시장의 번호이동 가입자와 단말기 판매량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기존에는 하루 평균 2만4000건의 번호이동이 있으면 정부가 시장 과열로 판단했는데, 이번 달 들어 번호이동 건수는 하루 평균 9000건으로 줄었다. 단말기 판매량도 지난 1~7일 하루 2만5000대 수준으로 지난달 하루 평균(6만4000대)의 40% 정도에 불과했다.
한편 이통사들은 앞으로 보조금이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이통사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보조금 규모는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이통사들이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보조금은)조금씩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B이통사 관계자도 "하반기에는 아이폰6가 출시되는 등 단말기 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장려금을 더 지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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