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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새 원화 2배로 몸낮춘 엔의 저공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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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달러시대의 도전과 응전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강(强)달러'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원·달러 환율이 8일 장중 1070원대를 훌쩍 뛰어넘자 시장의 관심은 원화와 엔화 중 어떤 통화가 더 큰 영향을 받을지에 집중돼 있다.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 폭을 넘어서면 일본 기업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일정부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8일 오전 10시1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40원 오른 1072.5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강세가 두드러졌던 최근 3개월의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 추이를 보면 엔화 약세 폭이 원화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엔화 약세가 주춤하고 원화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차이를 좁혔지만 여전히 강달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엔화였다. 그만큼 수출기업들의 '환리스크'가 커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의 환율 변동 폭은 중소 수출기업의 예상을 웃돌고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진행된 최근 3개월 동안 엔·달러 환율은 6월 말 101.3엔에서 지난달 말 109.4엔으로 약 8% 올랐다. 같은 기간에 원화는 달러당 1011.8원에서 1055.2원으로 4.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달러 환율이 원·달러 환율보다 약 2배 오른 셈이다. 이는 원화 가치와 비교했을 때 엔화 가치가 2배 더 떨어졌다는 의미다. 강달러 현상에 따른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보다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10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동안 심화된 엔화 약세의 범위에는 미치지 못한다. 8일 원·달러 환율 개장가는 1066.1원을 기록해 6월 말과 비교하면 5.3% 올랐다. 엔·달러 환율은 조정을 받으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110엔대에 정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을 미뤄볼 때 여전히 원화보다 두드러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하락 폭이 크다 보니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최근 환율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져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IBK경제연구소가 지난달 수출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환율전망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은 3개월 뒤 환율이 1039.6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 시점인 9월18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새 급등하며 1040원대에 진입했지만 기업들은 오히려 3개월 뒤 소폭 하락을 점친 것이다. 1년 후 환율도 조사시점 환율과 유사한 1041.0원을 예상했다. 3개월 뒤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여건 개선'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강달러'의 여파를 예상하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사내에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매뉴얼이 구비돼 있지 않은 기업도 전체 응답기업의 79.2%에 달했다. 그만큼 수출입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것이다. IBK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환리스크 관리 매뉴얼이 구비되지 않은 기업 중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마련할 계획이 없는 기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엔화 약세의 영향이 우려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환옵션팀장은 "우리나라 제품이 일본하고만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높게 유지되는 데 따른 반사이익도 충분히 받고 있다"며 "엔저에 대한 우려에는 대일 가격 경쟁력에 많이 노출돼 있는 일부 기업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엔화 약세로 일본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정부분 우위에 설 수 있지만 역으로는 한국의 대일적자를 고려할 때 일정부분 상쇄효과가 있고 산업영향도 자동차와 철강 등에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향후 달러 강세가 진정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달러 강세 심리를 강화시켰던 중국과 유럽의 경제 지표가 앞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의 경기부양책,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이 시차를 두고 경제지표에 반영될 경우 이들 지역의 경제 지표 개선 추세가 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특히 유로화 약세에 따른 유럽 수출 증가 효과, 지나친 엔저에 대한 일본의 경계심 등을 감안하면 달러 강세는 현재 정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해 대표적 신흥국 펀드인 일본 외 아시아 펀드, 세계신흥시장(GEM) 펀드의 자금 흐름이 연간 누적 순유입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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