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한국광물공사가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인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이 부도를 맞은 사실을 감추고 2조원대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등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볼레오 동광사업의 실상을 밝히고 수조원의 혈세 낭비를 초래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MB 해외자원외교'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 등에 따르면 한국광물공사는 지난 2008년 해외 자원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멕시코 볼레오 동광개발사업의 지분 30%를 취득하기 위해 10배에 달하는 프리미엄까지 얹은 채로 7600만 달러를 지불했다.
그러나 이같은 동광개발사업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추가적인 개발비용이 필요하다는 발표가 나자 이 사업을 주도한 바하 마이닝(Baja Mining)사의 주가는 5센트 수준까지 폭락하고 대주주단이 추가 대출조차 중단시킨 것. 이후 6월께 가까스로 착공에 들어갔지만 1년이 지난 2012년 6월20일께 볼레오 동광개발사업은 결국 최종 부도(default) 처리됐다.
문제는 이렇듯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투자를 늘렸다는 점이다. 김 의원 등에 따르면 당시 김모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과 경영진은 부도 사실을 숨기고 바하 마이닝사가 사업비 증가로 사업을 단순 포기한 것으로 이사회에 보고했고, 오히려 통제권을 잃은 바하 마이닝사와 협상을 벌여 해당 사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 의원 등은 또 "이사회 보고 과정에서 광물공사 측은 사업의 통제권이 대주주단에게 넘어간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고, 동 가격을 임의로 높여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급조했다"며 "심지어 이사회가 승인을 해 주지 않으면 1억63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9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지분을 51% 수준으로 늘리면 사업을 정상화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고 지적했다.
결국 광물공사 이사회는 지분 21%를 9000만 달러에 인수하고 2차로 지분 39%를 4억9110만 달러로 인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캐나다 주식시장에서 바하 마이닝 사의 시가총액은 2032만 달러에 불과할 때였다. 후임자인 고모 사장도 2012년 10월 미국 수출입은행의 볼레오 사업 채권 4억1900만 달러를 인수했다. 원래 9030만 달러 수준이었던 투자비가 단 두달 만에 8억 달러(1조원 상당)로 급증하게 된 것이다.
김 의원 측은 "올해 5월이 되어서야 볼레오 운영사가 회사채 3억4000만달러를 발행하고 이를 광물공사가 보증하면서 부도상황이 해소됐다"며 "대주단은 단 한 푼의 손실도 없이 사업에서 손을 뗐고, 광물공사는 각종 담보를 포함해 2조원대의 부담을 지게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같은 손실을 낸 경영진에 대해서는 별다른 처벌이 없었다. 담당 실무자 3명이 근신, 감봉 등을 받았을 뿐 정작 사장과 경영진, 이사회는 아무런 징계와 문책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 혈세를 투입하여 추진한 대형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대다수가 하나씩 실패로 판명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으로 인해 2조원대의 국민 부담이 늘어난 이유는, 무리한 해외자원외교의 실패를 숨기기 위해 정부기관까지 나서서 조직적인 은폐를 자행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볼레오 사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앞으로 대형 해외자원개발의 진상을 하나 하나 밝혀나갈 계획이다"라며 "2조원대의 국민 부담을 가중한 볼레오 사태 하나만으로도 'MB 해외자원외교 청문회'를 열어 본격적인 진상 규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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