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 등 최저임금 지급 규정 어기고 청소노동자와 용역계약
서기호 의원·전공노 공동조사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법원ㆍ검찰 등 사법기관이 최저임금 지급 규정을 어기고 청소노동자와 노동3권(단결ㆍ단체교섭ㆍ단체행동)을 무시하는 용역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전국여성노조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ㆍ부산고등법원, 인천지방검찰청 등 8개 사법기관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청소용역업체와 노동3권과 배치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조사에 따르면 사법부 8개 기관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은 초과근무를 시키고도 기존 계약만큼의 임금만 지급했다. 서울고법은 청소노동자들이 토요일에 격주로 4시간 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3시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했다. 부산고법은 청소노동자들이 토요일 4조 1교대로 4시간씩 한 달에 한 번 이상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도 일괄적으로 한 번만 한 것으로 인정했다. 또 연장근로수당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인 3만3958원보다 적은 3만1260원만 지급했다.
서울서부지법도 노동자들이 계약서보다 두 시간가량 이른 새벽 5시10분에 출근하도록 하면서 이에 대한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광주지법,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주지법, 인천지검도 마찬가지로 최저임금법을 어겼다.
사법기관들은 또 헌법과 노동조합법에 보장돼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단결ㆍ단체교섭ㆍ단체행동)도 무시하는 계약을 했다.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경우 법원이 지정한 용역업체나 소속 직원이 업무를 대행케 하며 용역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 사실상 노동자의 단체 행동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일부 사법기관은 청소용역 노동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과업지시서'에 담았다. 법원이 재청소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시간과 횟수를 불문하고 이에 따르도록 하거나, 업무사항에 명시되지 않은 장소라도 법원이 요구하면 청소를 하도록 했다.
서기호 의원은 "수많은 노동사건의 분쟁을 판결하는 법원이 정작 자신들의 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법에서 정해진 권리조차 인정해주지 않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면서 "실제 근로시간과 계약시간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해서 이제라도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고 계약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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