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시내 대학들에서 '캠퍼스 간담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성균관대학교가 간담회 장소로 쓰일 강의실을 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간담회는 서울대, 동국대, 서울여대 등에서 이미 열렸지만 성균관대에서는 이를 거부한 것이다.
학교 측은 '정치적 활동'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강의실 대여 신청을 반려했다. 간담회를 준비한 성대 기획단은 "대학이란 공간은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고 있는 공적 장소로 이미 '정치'의 영역 안에 있는데, 학교 측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강의실 대여를 불허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학교 측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지난주에도 '세월호의 교실 퇴출' 사건이 있었다. 교육부가 학교에서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다는 행위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이다. 교육부가 이 같은 공문을 보낸 이유 역시 리본 달기가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청소년 단체는 22일 "교육부가 노란 리본을 떼라고 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할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최근 트위터에서는 교육부의 '노란리본 금지령'에 반발한 학생들이 손에 직접 그린 추모 리본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사진에 등장한 학생들은 손등과 손목에 검은색으로 세월호 추모 리본을 그리고, 여러 명이 팔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다.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세월호를 지켜보며, 세월호의 침입(?)을 막는 이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중립'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이들에게 정치적 중립은 '가만히 있음'으로써 지켜지는 것인 듯하다. '가만히 있으라'는 데서 시작된 사고를 잊지 않겠다는 학생들에게 또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 그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정치적 중립의 정체가 궁금해질 따름이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노란 리본을 달고 한국을 떠났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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