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시장의 규칙이 다음 달 1일을 기해 많이 바뀐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제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잇따라 열어 부처 간 이견을 최종 정리하고 단통법 관련 시행령과 고시의 제ㆍ개정안을 의결했다. 불공정하고 혼탁한 휴대폰시장이 이번 규칙 변경을 계기로 바로잡히게 될지 주목된다.
단통법 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어제 열린 규개위에서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폐기 처분된 것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단말기 보조금 가운데 이동통신회사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업체 장려금이 각각 얼마인지를 구분해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돼야 단말기를 따로 구입한 소비자가 이동통신회사 지원금만큼 충분히 통신요금 할인 혜택을 받도록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통신요금 할인 자체는 '분리요금제'라는 이름으로 예정대로 도입된다. 하지만 분리공시제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산정해 제시하기로 한, 그러한 할인 기준율이 신뢰성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해 이동통신회사들은 모두 찬성했고, 단말기 제조업계에서도 삼성전자 한 곳만 '영업비밀 공개로 인한 해외 판매영업 경쟁력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다.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가 찬성한 반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기구이자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규개위가 이 제도 도입안을 폐기했으니 '삼성의 로비가 먹혔다'는 뒷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이런 의혹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단통법의 취지가 최대한 실현되도록 보완조치를 취하는 데 미흡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보조금 분리공시제 폐기에도 불구하고 단통법이 잘만 시행된다면 휴대폰시장의 비정상적 과열ㆍ혼탁을 가라앉히는 데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보조금을 미끼로 고가의 휴대폰 단말기와 이동통신 요금제를 강요하는 영업방식이 이번 기회에 퇴출돼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도 단말기와 요금제를 분리, 자신의 이용습관에 맞는 쪽으로 실속 있게 선택해서 통신비를 절감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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