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징에서 출발해 고무징으로, 스파이크리스에 이어 지금은 '피팅시대'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쇠징에서 스파이크리스, 이제는 스파이크 피팅까지"
지난해 리 잰슨(미국)은 US오픈 지역 예선에 금속 스파이크를 신고 나갔다가 실격 당했다. 잔디 보호를 이유로 로컬룰에 따라 쇠징을 금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는 자취를 감춘 금속 스파이크는 고무징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지금은 아예 스파이크가 없는 골프화까지 등장했다. 최근에는 구질에 따라 스파이크를 바꿔 끼울 수 있는 골프화도 나왔다. 스파이크의 변천이 곧 골프화의 변천사다.
골프는 18홀을 도는 데 8~10㎞, 적어도 5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카트를 탈 수 없는 투어프로들에게는 당연히 클럽만큼이나 중요한 장비가 바로 골프화다. '15번째 클럽'으로 불리는 이유다. 메이커들은 그래서 오랫동안 무게를 줄이고 발 모양과 스윙에 가장 적합한 골프화를 만들기 위해 첨단 기술을 총동원했다.
소프트 스파이크 골프화의 본격적인 등장은 1990년대 후반이다. 금속 스파이크는 사실 잔디 위에서의 접지력은 최고였다. 하지만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 미끄럽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데다가 그린에서는 잔디에 구멍을 낼 정도로 훼손이 컸다. 소프트 스파이크는 반면 그린 보호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물론 접지력이 부족하고, 마모도 더 빨라 스파이크를 자주 교체해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메이커의 연구는 그러나 해마다 문제점을 보완해 업그레이드를 거듭했고, 이제는 접지력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졌다. 무엇보다 무게가 훨씬 가벼워졌다는 점이 대중화에 큰 공을 세웠다. 에코는 2010년 아예 스파이크가 없는 '스트리트' 골프화를 출시해 골프화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골프를 바꾼 혁신적인 장비'로 꼽힐 정도다.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마스터스에 신고 나오면서 뛰어난 성능을 충분히 입증했다.
가볍고, 일상에서도 신을 수 있는 전천후 아이템이 되면서 모든 골프화 메이커의 화두가 됐다. 스파이크리스도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했다. 에코의 '투어 하이브리드'는 유연성과 내구성을 자랑하는 100개의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돌기가 800가지 이상의 각도에서 뛰어난 마찰력과 그립력을 발휘한다. 스파이크는 없지만 금속스파이크 못지않은 안정성을 자랑하는 셈이다.
미즈노가 이달 말 출시할 '넥스라이트 001보아'는 골프화 한 짝이 285g(250mm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경량화에 성공한데다가 '튜닝'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화제다. 드라이버의 탄도를 조절하듯이 구질 등 스타일에 따라 스파이크 장착법이 다른, 이른바 골프화 튜닝시대다. 김혜영 홍보팀장은 "발의 회전운동을 3차원으로 분석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파이크의 위치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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