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22일 "이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계파 청산이 아니라 '특정 계파의 독과점 선언이자 '계파 정치 폐해'의 무한 반복"라며 "야당 역사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계파 수장들의 연합체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상임고문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60년 전통의 야당을 침몰 직전의 난파선으로 만들어놓은 책임자들이 반성과 사과를 통해 뼈를 깎는 혁신을 추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당의 혼란을 틈타 특정 계파의 나눠먹기 연합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말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정식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희상 위원장 체제의 비대위원으로 문재인·박지원·정세균·인재근·박영선(당연직) 의원 선임을 발표했다.
이에 정 상임고문은 "이번 비대위는 지난 18일 비대위원장 추천을 결정한 상임고문·국회부의장단 연석회의의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특정 계파가 이번 기회에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계파 독과점' 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당 노선의 중도화로 정체성 상실이 우려된다"며 "선출된 지도부가 아니라 임시로 구성된 지도부, 특히 다양한 세력의 이해관계를 통합해야 하는 '관리형 지도부'라면 당연히 당내 이념 지형을 반영해 구성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정 상임고문은 "진보적 정체성을 포기하고 당의 방향을 중도 노선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문재인·박지원·정세균 등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 대거 포함된 데 대해서는 "당의 화합을 이끌어야 할 비대위가 차기 전대를 앞두고 특정 계파의 당권 장악용으로 전락했다는 인상을 주면서 오히려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현재 당의 모든 결정이 당원들과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원내 중심, 상층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비대위는 국민과 당원·지지자들의 근거있는 우려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 당에 필요한 것은 '제 몫 챙기기'가 아니라,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바로 세워 존재이유를 증명하고 당원의 권리를 제도화함으로써 당의 근거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비대위에 주어진 엄중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발상과 행동의 대전환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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