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기국회가 예상대로 개점휴업상태에 빠지면서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집권여당으로 국정운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을 압박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카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위 활동이 개시됐지만 온전한 모습으로 일정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을 찾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구체적인 압박 수단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이보다 앞선 17일 이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들과 간사단은 야당 참여를 요구하면서 당분간 당정활동과 법안심사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윤영석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법안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활동을 하는 쪽으로 회의 결론을 내렸다"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야당 등원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당대표는 "비상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한다"고 언급해 특단의 대책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지만 여당에서는 '상임위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여당이 정기국회 개회 결정에도 무기력한 것은 국회법상 상임위 활동을 정상화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본회의와 마찬가지로 5분의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상임위에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외통위만 유일하게 여당 단독으로 5분의3 요건을 충족하는 실정이다.
또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의 경우 아예 전체회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윤 대변인은 "사실상 여야가 합의해야 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법 50조에는 상임위원장이 개회 혹은 의사진행을 거부하거나 기피할 경우 다른 교섭단체 간사가 직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부와 기피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은데다, 법안처리까지 할 수 있도록 명시한 것은 아닌 만큼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대치 상황이 이어질 경우 당장 다음달 1일 예정된 국정감사는 파행이 불가피하다. 여야가 이달 25일까지 국감증인을 결정해야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변인은 "여당이 법을 근거로 법안을 처리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서 "현재로선 여론을 움직여 야당을 압박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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