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정부의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돈 버는 데가 없고 불확실성이 커져서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것"이라며 "투자하지 않으면 강제로 과세한다는 것이 과연 옳으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미래에 대한 확실성을 심고 규제철폐로 기업을 도와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정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사안에 야당이 아닌 집권여당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은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 수장인 최경환 부총리의 작품이다. 기업들이 쌓아두는 이익금을 투자와 임금, 배당으로 돌려 경제를 활성화하고 가계소득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당 대표가 반대하고 나섰으니 입법이 순조롭지 않을 것 같다.
김 대표가 정부 경제정책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1일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도 확장예산 편성을 보고하는 최 부총리와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2일 한국노총 간담회에선 "초이노믹스(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식의 재정확대 정책만 갖고는 성공할 수 없다"며 노사 대타협이 빠졌다고 꼬집었다.
당론인지, 개인적 소신인지 불분명한 김 대표의 잇따른 경제정책 딴죽 걸기가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공격의 대상이 동료 의원이자 정치적 경쟁자인 최 부총리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원조 친박'이었다가 최근엔 비주류의 리더로 인식되는 데 비해 최 부총리는 현 정부 들어 급부상한 친박 주류의 핵심 실세다. 최 부총리는 여권의 대표적 경제통이고, 김 대표는 최근 경제 공부에 열심이라고 한다. 여권의 두 거물급 리더 간 정치적 계산에 따른 신경전이 당정간 불협화음으로 번져 정책 추진과 관련 입법에 차질을 빚어선 곤란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여당 대표의 비판과 대안 제시는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당정협의 단계에서 이의를 제기해야지 정부안으로 확정해 대국민 발표까지 한 뒤 아니라고 하면 국민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 자칫 정부는 거짓말하고 여당이 바로잡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도 있다. 당정협의 단계까진 치열하게 논쟁을 벌여도 일단 협의해 발표한 것은 존중하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 집권당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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