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상승분 반납…에너지·곡물·금 등 동반 부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연초 기대와 달리 고전하고 있다. 미국 CNBC 방송 등 외신들은 공급 확대와 달러 강세 등으로 인해 주요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2개 주요 원자재를 모아 놓은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올 상반기 7.1% 뛰었다. 이는 상반기 상승률로는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황이 반전되면서 이 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5.5% 떨어졌다. 연초 미국 주식시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던 원자재 지수는 현재 S&P500보다 8.5%포인트 낮다.
원자재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확대다.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의 33%를 차지하는 에너지 중 원유만 보더라도 지정학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일 가격이 하락중이다. 미국의 공급확대와 정체된 세계 원유 수요 때문이다.
지난 6월 배럴당 115달러를 돌파하며 곧 120달러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던 북해산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102.40달러까지 내렸다. 같은 기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값 역시 9% 빠졌다.
곡물과 금 역시 에너지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곡물 지수는 올 들어 5.5% 하락했다. 1~4월 21% 폭등했지만 이후 급락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2분기 금 공급은 13% 늘었다. 하지만 수요는 오히려 16% 줄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국제 금값이 랠리를 멈추고 지루한 흐름을 이어가게 하는 요인이다.
산업용 금속의 경우 에너지·곡물보다는 상황이 괜찮다. 하지만 중국 수요 둔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구리와 철광석의 경우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달러 강세도 원자재 시장에는 악재다. 통상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달러 값과 반대로 움직인다. 대부분의 주요 원자재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면서 유가와 금값이 하락폭을 키우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미국 BK자산운용의 캐시 리엔 외환전략 책임자는 "일본·유럽의 약한 성장세와 미국의 지표 호조 등을 포함해 달러 값을 더 끌어올린 요인은 많다"면서 " 원자재 가격이 지금보다 4~5%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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